"2·13 북핵 합의 순조롭게 이행되면 4월 이후 남북 정상회담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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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정무특보인 이해찬(사진) 전 총리는 북핵 문제가 순조롭게 풀려 여건이 성숙하면 4월 이후 적절한 시기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동북아위원회 대표단을 이끌고 3박4일간 북한을 방문한 뒤 10일 오전 중국 베이징(北京)에 도착한 이 전 총리는 주중 한국 대사관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핵 6자회담에서 이뤄진 '2.13 합의'에 따른 초기 이행 조치와 5개 실무그룹의 후속 실행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 적절한 시기에 남북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북측에 전달했고,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이견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 일행은 12일 오전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만난 뒤 이날 오후 귀국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언론이 추측 보도를 한 것이다.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간 게 아니라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간 것이다. 급변하는 정세하에서 6자회담이 좋은 성과를 내 한반도 평화 체제가 구축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해서 간 것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면담했나.

"만날 예정도 없었고 만나지도 않았다. 방북 일정을 조율할 때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 계획이 들어 있지 않았다."

-남북 정상회담은 구체적으로 언제쯤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나.

"지금은 상황이 성숙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2.13 합의 이후 60일 이내에 초기 이행 조치가 일단 마무리되는 4월은 최소한 넘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과 남북 정상회담은 병행해서 가는 것이므로 어느 한쪽이 앞서 갈 수 없다. (시기는) 앞으로 상황 진전을 봐가며 판단해야 할 것이다."

-북핵 문제 등에 대한 북측 인사들의 입장은 어땠나.

"북측 고위 관계자와 연쇄 접촉을 하면서 2.13 합의를 이행하려는 북측의 태도가 분명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동북아 정세를 낙관하고 있었다."

-한반도 주변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미국이 적극적인 태도로 나오면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미국 방문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북.미 관계가 급속히 개선되면서 동북아 정세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말 북한 핵실험 이후 한반도 상황이 극도로 경색됐지만 이제는 기승전결(起承轉結)로 치면 전에서 결로 넘어가는 단계라고 본다."

-국군 포로와 납북자 문제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논의했나.

"대부분의 대상자가 고령임을 감안해 전향적인 조치를 취해 달라고 북측에 강력히 촉구했고, 긍정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얻었다. 4월에 열리는 남북 적십자 회담에서 공식 의제로 다룰 것이다."

-그 밖에 다른 활동은 없었나.

"평창 겨울올림픽을 유치하면 남북이 공동 개최하자고 북측에 제의했다. 북측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북측은 개성 시내 관광과 내금강 관광사업에 남측이 적극 참여하고 북한 공산품을 남한에서 전시하자는 제안을 해왔다."

한편 이 전 총리와 동행한 정의용 열린우리당 제2정책조정위원장은 "북한이 아직 가입하지 않은 국제 인권협약에 추가로 가입할 의향을 이번에 내비쳤다"고 전했다.

베이징=진세근.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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