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지역 사람들 한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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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를 물자니 너무 부담이 크고, 그렇다고 팔자니 팔릴지도 의문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M아파트에 10년째 살고 있는 K씨(49)는 부동산 과표 현실화에 따라 재산세가 5배로 오른다는 얘기에 한숨을 쉬었다. 정부의 10.29 부동산 안정대책은 보유세를 높여 투기 목적으로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이 집을 팔도록 유도하고, 양도세를 강화해 투기로 생기는 이익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빨아들이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에 따라 재정경제부가 국회에 양도세를 무겁게 물리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제출한 데 이어 3일 행정자치부가 부동산에 매기는 보유세의 과표를 대폭 현실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높아진 보유세를 내기 싫으면 재산세가 부과되기 전인 내년 5월 말 이전에 집을 팔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러나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답답하게 됐다. 우선 집을 팔려 해도 세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

우선 양도소득세가 걸린다. 강남지역의 경우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과세되기 때문에 양도세 부담이 이미 크게 늘었다. 또 1가구 다주택자의 경우는 탄력세율까지 적용돼 많을 경우 양도소득의 82.5%를 세금으로 떼이게 된다.

양도차익을 포기할 각오를 하고 집을 팔려고 해도 문제다. 집을 사는 사람이 내야 하는 취득.등록세 부담이 너무 무겁다. 정부가 취득.등록세를 매기는 기준이 되는 과표를 크게 올렸지만 세율은 그대로 두었기 때문이다. 취득세와 등록세는 신고가격과 과세표준 중 높은 쪽을 기준으로 각각 2%와 3%를 물린다. 여기에 농특세 등 등록.취득세에 붙는 세금을 포함할 경우 세율은 5.8%에 달한다.

예컨대 강남 대치동 46평형 시세는 평균 11억5천만원이다. 현재 지방세의 시가표준액이 시세의 30% 수준인 점을 감안해 취득세와 등록세를 계산하면 대략 2천만원이 넘는다. 이것이 내년부터는 4천만원 이상으로 오르게 되는 것이다. 집 사는 데 드는 세금만 2천만원 정도를 더 내고 집살 사람이 나올지 의문이다.

결국 집을 가진 사람은 팔지도 못하고 앉아서 높아진 보유세를 물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송상훈.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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