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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훼손 법만으론 못막아”/권이혁장관의 「환경진단」(일요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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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민 자각없인 투자도 공염불/기업도 “눈앞이익 급급” 벗을때/대담=문병호 사회2부장
권이혁 환경처장관(68)은 널리 알려진대로 우리나라 예방의학계의 원로다.
모교인 서울대의대에서 20년넘게 강단에 서오던 그는 79년 서울대병원장을 시작으로 「학자」에서 「행정가」로 변신했다.
80∼83년 서울대총학장을 거쳐 문교부장관으로 입각한뒤 88년 보사부장관에 이어 올봄 개각에서 환경처장관에 임명돼 한번도 힘든 장관직을 세자리나 거치는 관운을 누리고 있다.
낙동강페놀오염이후 골프장 산사태소동,설악산·한라산등 명산의 자연훼손물의,대구 비산염색공단 공해배출파동등 크고 작은 환경사건이 잇따라 「환경행정이 과연 제구실을 하는지」의구심이 없지 않을때 그를 만났다.
6일 오후 환경처장관실에서 만난 그는 자신이 맡았고 맡고 있는 행정 각 분야에서 일관된 지향점을 「건강성의 추구」라고 요약하면서 건강한 삶을 위한 환경행정의 과제와 전망을 풀어 보였다.
­정부에 환경행정을 전담하는 부서가 생긴지도 이제 10년이 넘습니다. 그러나 많은 시민들이 느끼기엔 주변의 환경이 별로 개선된 것이 없다는 회의가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실제로 좀 나아진 것입니까.
▲오염도를 수치상으로 볼때 일부 개선된 지역도 있지만 전국적·전체적으로는 큰 개선을 못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 환경오염의 예방에 너무 소홀했습니다. 환경기초시설 등에 적잖은 투자도 했지만 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은 자꾸 늘어나는데 비해 공급이 수요를 못따른 형편이었습니다. 그러니 개선됐다고 느껴지기 어려운데다 시민들의 공해문제에 대한 의식은 높아져 욕구불만이 더 커진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올 7월 손질한 환경개선 중기계획기간(92∼96년)중 민간·공공부문 합쳐 모두 8조7천억원을 들여 「맑은 물 맑은 공기」사업을 펴나가면 93년부터는 성과가 어느정도 나타날 것이고 96년이 되면 환경개선목표가 상당부분 달성돼 시민들도 피부로 달라진 것을 느낄 것입니다.
­당장은 개선이 어렵고 93년에나 기대를 해볼 밖에 없겠군요. 많은 시민들이 보고 느끼기에 정부시책이 손발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고 공해발생을 원천에서 막지 못하고 마지막 단계에 가서야 위반행위를 처벌하는데 급급하는 인상을 주는데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입니까.
▲사실 그런 측면이 많습니다. 환경행정의 원칙은 제가 전공한 예방의학에서처럼 예방이 최선이고 원천에서부터 관리해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에 부닥쳐 일을 하다보면 관련부처간에 상충된 입장이 조정되지 못해 결과적으로 문제를 만들고 낭비를 빚는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 이 문제를 잘 풀어나가지 않으면 환경행정은 쳇바퀴 돌기가 쉽습니다.
제가 할 일은 바로 이같은 사전조정을 원활히해 가능한한 공해발생을 원천에서 막는 것이라고 믿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환경영향평가제도가 도입될때 이제는 공해가 「원천규제」되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만 도입된지 10년이 다 되어도 별로 큰 성과가 없어 보이는데요.
▲제도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환경처의 책임도 있고 사업자도 책임질 면이 있지요.
개선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그래서 「환경영향평가법」을 내년에 별도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현재는 환경영향평가가 인허가 기관인 지방자치단체장을 경유하기는 하지만 사실상 사업자가 환경처에 직접 협의를 요청 해오는 꼴입니다.
그러나 새 법이 만들어지면 인허가기관에 책임을 지워 이행을 강제하게 되지요.
환경영향평가를 1차적으로는 인허가기관이 하고 2차적으로 환경처가 맡게 되면 사후관리가 한층 강화된다는 것이지요.
또 너저분하게 이것저것 다 환경영향평가를 한다고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예를 들어 송전선로등 정형화된 사업에는 간이평가제도를 도입해 프레임을 짜 맞추면 「도대체 시간을 질질 끌면서 무엇하고 있느냐」는 사업자들의 불평도 없어질 겁니다.
­대구염색공단 사건을 계기로 「환경」과 「경제」중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할 것이냐는 논란이 다시 일었습니다. 개발이냐 환경보전이냐는 오랜 논쟁거리입니다만 어느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어느쪽을 우선 하기는 어렵고 「조화」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환경을 분별없이 파괴해가면서까지 개발을 해야 한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난 30년간 성장위주 정책을 추진해오면서 환경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쏟지 않았고 노력도 투자도 적었잖습니까.
이제부터는 조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최근 쓰레기처리문제가 골칫거리가 되어 있습니다. 특히 열병처럼 번지는 「님비현상」으로 쓰레기 매립지 확보의 어려움은 앞으로 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떻게 대처해 나갈 계획이신지요.
▲「우리 마을에 혐오시설이 들어와서는 안된다」는 님비(NIMBY)현상이 지방자치제 실시와 함께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여러가지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원인을 분석해보면 쓰레기 매립지의 건설반대 움직임은 우선 우리나라에 위생매립지가 아직까지 없었기 때문에 생긴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생기는 위생매립지인 수도권서해안 쓰레기매립장(김포매립장)을 「봐라.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만큼 나쁜 것이 아니다」하는 물증으로 보여줘 주민들의 인식전환을 꾀하려고 합니다. 또 입지를 적절히 선정해주고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동시에 피해에 대해서는 보상을 충분히 해줘야 겠다는 생각입니다.
­취임후 역점을 두어 추진하신 시책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하나는 전국 57곳 공단의 악성산업폐수를 조사해 오는 93∼95년 1조2천여억원을 들여 44개 종말처리시설을 확충·신설하는등 대책을 마련한 것입니다. 또 하나는 환경보전 중기계획을 현실에 맞게 손질한 것이고요.
아직 혼선을 빚고 있는 쓰레기분리수거제도를 정착시키는 노력의 하나로 현재 서울 상계동에 보급돼 좋은 효과를 투명쓰레기통을 전국에 보급하려고 합니다. 또 음식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양돈사료·퇴비화를 적극 추진할 방침입니다.
수도권에 국한된 LNG(액화천연가스)사용의무화 계획을 2∼3년 앞당겨 오는 93년부터 부산·대구·광주·대전등 대도시에 점차 확대하고 저공해 차·저황유 보급확대 시책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환경행청을 추진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어떤 것입니까.
▲무엇보다 환경대책을 비생산적이고 별소득이 없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아직도 많은 편인데 이런 생각이 하루 속히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기업하는 분들은 환경을 도로·항만과 같은 「사회간접자본」으로 인식해줬으면 좋겠어요.
국민들도 환경문제는 결국 국민모두의 과제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상의 가정생활에서부터 환경보호의식을 갖고 실천해야 합니다.
정부·기업·국민 3자의 일치된 노력으로서만 환경문제의 해결이 가능합니다.<정리=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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