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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교과서·공책 사라진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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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 방학동 신학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7일 디지털 교과서가 들어 있는 전용 학습 단말기를 이용해 시범 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변선구]

7일 오전 9시 서울 방학동 신학초등학교 5학년 1반 교실. '디지털 교과서' 시범 수업이 시작되자 학생 31명이 책상 위에 종이 수학 교과서 대신 학습용 전용 단말기를 꺼내놓는다. 이준규(36) 교사가 "자, 오늘은 배수와 약수를 공부합니다. 디지털 교과서에 나와 있는 설명을 보세요"라고 말하자 학생들이 모두 단말기를 켠다. 김지호양이 클릭하자 자동차에 다서 사람이 탄 그림이 뜬다. 김양은 "그림과 동영상이 나오고 단말기에 필기도 할 수 있어 종이책으로 공부할 때보다 재미있다"고 말했다.

종이 교과서와 참고서.문제집.학습사전의 기능을 하나로 묶어 학습 단말기에 수록한 디지털 교과서가 내년부터 일부 학교에 시범 보급된다. 2008년 초등학교 20곳 등 2011년까지 100개 초.중.고교에 보급한 뒤 성과를 분석해 2013년부터 모든 학교로 확대할지를 결정한다.

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7일 이런 내용의 디지털 교과서 보급 계획을 발표했다. 김 부총리는 "최고의 정보 인프라를 갖춘 장점을 살려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나 공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은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디지털 수학교과서, 문제집, 필기기능 공책, 전자칠판. [뉴시스]


교육부는 올해부터 초등 5, 6학년은 열 개 전 과목, 중1은 수학.과학.영어, 고1은 수학.영어 과목을 디지털 교과서로 만들 계획이다. 학생들이 디지털 교과서를 이용하려면 학습용 개인 단말기가 있어야 한다.

디지털 교과서는 단말기 하드디스크에 저장된다. 학생들은 단말기를 켜고 학년별 교과서를 골라 읽고, 보고, 듣는 등 멀티미디어 학습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은 무거운 책가방 대신 단말기만 갖고 등교해도 된다. 어느 곳에서든 단말기로 공부하고 인터넷과 각종 데이터베이스도 활용할 수 있다.

김 부총리는 "2011년까지 660억원을 들여 시범 운영과 교과서 개발, 교사 연수, 교육환경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013년부터 전면 실시되면 초등생에게는 단말기.정보 사용료를 무상 제공하고, 중.고생에게는 일정액을 받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제점=2013년 이후 중.고생이 디지털 교과서를 이용하려면 단말기(10만원 예상)를 구입하고 정보 사용료도 별도로 내야 한다. 디지털 교과서는 미국.싱가포르도 개발했지만 제대로 보급되지 않고 있다.

학부모와 교원단체들은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엉뚱한 교재로 아이들과 교사들을 실험 대상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부총리는 "종이 교과서와 참고서 값을 감안하면 단말기 값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시범 운영 기간에 문제점을 분석한 뒤 최종 판단을 하겠다"고 말했다.

글=양영유 기자 <yangyy@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sunnine@joongang.co.kr>

◆디지털 교과서=교과서·참고서·문제집·학습사전 등 학습 데이터를 디
지털화해 학습단말기에 수록한 교과서를 말한다. 학생들은단말기를 통해 필요한 교과목을 선택해 집과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다. 필기 기능도 있어 공부하다 전자 노트를 정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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