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Blog] 한국영화 관객 '뚝' … 불어라, 봄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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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 말은 최근 충무로의 상황과도 딱 들어맞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불어닥친 겨울 한파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거든요. 언제쯤이나 따뜻한 바람이 불어올지 아직 기약이 없습니다.

통계를 한번 살펴볼까요. 국내 최대의 멀티플렉스 체인인 CGV에 따르면 서울 극장가의 관객 수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4개월 연속 줄었습니다. 그나마 지난해 11월과 12월에는 관객 감소율(전년 동기 대비)이 한 자릿수에 머물렀지만 올 1월에는 26%로 껑충 뛰었습니다. 다행히 2월에는 감소율이 4%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황입니다. 최근 4개월 동안 줄어든 관객은 전국적으로 600만 명이나 됩니다.

과거에도 일시적으로 관객이 줄었던 적은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4개월이나 내리 감소하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조짐입니다. 특히 상영관 수는 최근 수년간 폭발적으로 늘어 현재 2000개에 육박하는 상황입니다. 극장은 많아지는데 정작 극장을 찾는 발길은 뜸해진다는 얘기죠. 자칫 관객 감소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장기 추세로 굳어질 것이 우려됩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겁니다. 저는 그중 한 가지로 최근 충무로가 재미있는 영화를 만드는 능력에 이상이 생겼다고 보고 있습니다. 달리 얘기하면 '한국 영화 콘텐트의 경쟁력'에 문제가 있다는 거죠. 연간 개봉작이 100편을 넘길 정도로 많은 영화가 쏟아지지만 관객들의 호응을 받아 흥행에 성공하는 작품은 '가뭄에 콩 나듯'하는 실정이거든요.

단적인 예로 올 들어 개봉한 영화 중 300만 관객을 넘긴 영화는 설경구 주연의 '그놈 목소리'가 유일합니다. 반면 흥행에 실패해 제작비도 제대로 건지지 못한 영화는 일일이 언급하기도 어려울 정도죠. 지난해 초 '왕의 남자'가 앞장서고 '투사부일체'가 가세하면서 관객들을 대거 극장으로 끌어들인 것과 대조적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은 한국 영화가 외화에 비해 좀 더 경쟁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 극장가에서 지난달 한국 영화의 점유율은 67.4%(CGV 집계)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50% 선에 머물렀던 것에 비하면 훨씬 높아졌죠. 그러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앞다퉈 개봉되는 5월이 되면 한국 영화 점유율이 상당히 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나친 비관은 금물이지만 충무로의 분발이 필요한 것은 틀림없습니다. '충무로의 봄'을 애타게 기다려 봅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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