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 해소운동 펴는 영호남 부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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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영·호남 출신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룬 부부들이 지역감정을 뿌리뽑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부산에시 지난해 5월 만들어진 「영·호남 부부 모임」은 부부 사이의 「영·호남 사랑」을 통해 지역감정의 허구성을 직접 보여주면서 「동서화해」를 확산시켜 나가고 있는 이색모임이다.
회원들의 대부분이 주위의 빗나간 시선, 부모들의 극심한 반대 등을 무릅쓰고 결혼한 사람들이라 누구보다 지역감정의 폐해와 허구성을 잘 알고 있다.
이 모임은 『선거 때마다 지역감정을 해소한다면서 오히려 그 골을 더욱 깊이 파놓은 정치인들에게는 아무 것도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 회장 이종렬씨(42)등이 『앉아서 보고만 있을게 아니라 우선 영·호남 부부들이 앞장서자』고 한데서 이루어지게 됐다.
12쌍으로 출발한 이 모임은 1년5개월이 지난 현재 1백20쌍으로 늘어났다.
이 모임은 「회원 상호간의 친교와 교양증진 및 사회봉사」라는 활동목표아래 매월 세 번째 금요일 오후8시 기러기문화원(부산시문현3동239의5)에서 만나고 있다.
지난해 9월 경성대 조경근 교수(정치학)를 초청, 「영·호남 지역감정해소방안」 강의를 듣는 등 모두 세 차례 교양강좌를 가졌으며 올 설날에는 회원들이 받은 선물 모으기를 펼쳐 16점을 주위의 소년·소녀가장에게 전달했다.
또 지금까지 지역편견이라는 벽에 부닥쳐 결혼에 어려움을 겪던 예비 신랑·신부 10쌍의 부모를 직접 나서서 설득, 결혼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이회장은 『서울 등에서 영·호남 부부모임을 결성하기 위해 문의가 오고 있다』며 『이 운동이 시민들에게 널리 확산돼 지역갈등이라는 망국병이 빨리 치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영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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