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이 “발등의 불”/일 미야자와정권의 앞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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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자위대 파병·UR도 숙제/“지도력에 한계” 언론서 비관적
다음달 5일 임시국회지명과 함께 출범할 일본 미야자와(궁택희일)정권은 「다케시타파 지배하의 본격정권」이라는 이중정권의 성격을 띠고 있는만큼 그 전도는 매우 불투명하다.
미야자와 신임 자민당총재는 「전후 보수정치의 계승」을 구호로 내걸고 정권을 차지했지만 「전후정치의 청산」과 함께 물러나는 단명내각이 될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일찍부터 나오고 있다.
미야자와 정권이 해결해야할 난제는 수두룩하다. 그중에는 마치 지뢰처럼 자칫 잘못 밟았다가는 그 정치생명을 날려버릴만한 중대이슈도 들어있다.
정치개혁,유엔평화유지활동(PKO)법안,쌀개방문제,북방영토문제등. 그중에서도 특히 진주만습격 50주년이 되는 오는 12월을 앞두고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방일,미일마찰 해결문제도 코앞에 두고 있다.
28일 일본신문들이 미야자와 총재당선을 보도하면서 『지도력 발휘에 의문』『미야자와 총재에대한 기대와 불안』『미야자와 정권의 위기』등 낙관보다는 비관쪽에 역점을 두어 정권의 향방을 점치는 해설기사를 싣고있는 것도 중첩된 과제에 대한 미야자와 총재의 불투명한 태도와 인사에서 파벌안배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평론가는 미야자와 총재가 이번 총재선거에서 보인 이중적태도는 대권도전의 마지막 기회라는 초조감과 도쿠가와 이에야스(덕천가강)식 처신술,즉 『우선 정권부터 잡고보자』는 전략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하고 미야자와 총재의 정책노선과 처세사이의 이같은 갭이 정권의 위기를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제기될 문제는 리크루트스캔들 관련의원들의 복권과 정치개혁의 해결과제다.
미야자와총재는 27일 당선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당·내각인사에서 리크루트 관련의원을 기용하는 문제와 관련,『선거에서 유권자의 심판을 거쳤으므로 정치적으로 일단 해결된 것이어서 별문제가 되지않을 것』이라는 뜻을 비쳤다.
가이후(해부준수)총리는 리크루트 스캔들이 자민당에 정치개혁의 과제를 주었다고 판단,「돈안드는 정치를」하자는 뜻에서 정치개혁관련 법안들을 상정한바 있다. 그러나 가이후 내각이 이를 해결하지 못한채 물러났기 때문에 미야자와 정권에는 정치개혁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가 된셈이다.
리크루트 의원들이 복권된채로 정치개혁이 전혀 되지않는다면 미야자와 정권에 대한 일본국민의 불신은 커질 수 밖에 없다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두번째 이슈는 자위대 해외파병과 관련된 국제공헌문제다.
유엔평화유지활동 법안에 대한 미야자와총재의 의견은 최근들어 많이 바뀌었다.
27일 기자회견에서 『다음 국회에서 반드시 성립시키고 싶다. 캄보디아 평화협의와 관련한 유엔활동은 1년반에서 2년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해 휴전감시,선거감시를 위해 자위대를 파견할 뜻을 비쳤다.
그러나 미야자와총재의 종래 지론은 호헌론으로 어디까지나 평화헌법범위안에서 비군사적활동에 한해 자위대참가를 허용한다는 것이었다.
오자와(소택일랑) 전자민당 간사장을 중심으로한 「일본의 역할에 관한 특별조사회」가 『유엔군 또는 다국적군에 자위대가 참가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헌법 제9조를 바꿀수도 있다』는 개헌론임에도 불구,미야자와총재는 총재선거를 앞두고 이 개헌론을 용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차기부총리겸 외상으로 굳어진 와타나베(도변미지웅) 전 정조회장의 의견도 오자와 그룹과 마찬가지로 『현행 헌법아래서도 평화유지군(PKF)은 물론 유엔군에도 자위대 참가가 가능하다. 만일 헌법해석에 무리가 있다면 개헌논의를 해도 좋다』고 강조,자위대의 유엔군 또는 다국적군 참가용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경무장·경제성장 지상주의로 미일 안보조약의 바탕위에서 소득배가운동을 지속해온 일본정치의 보수본류를 자처하는 미야자와정권이 헌법을 개정,군사대국의 길을 열고자하는 매파들의 의견을 어떻게 수용할지 우려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또 계속 늘어나는 무역흑자에 따라 미일간 대립도 악화일로에 있어 지미파인 미야자와 총재에 대한 미국조야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다케시타파와의 「연대책임정권」이라는 정권성격상 그의 독자적 리더십발휘에도 한계가 있어 특히 우루과이라운드협의,쌀시장 개방에서 앞으로 미국측과의 예상되는 의견대립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주목된다.<동경=방인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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