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김홍업씨 출마 옳은 일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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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둘째 아들 홍업씨가 4월 25일 보궐선거에서 전남 무안-신안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라 한다. 여기에선 DJ의 비서 출신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네 번 국회의원을 지냈는데 그가 최근 불법 경선자금으로 의원직을 잃었다. 홍업씨 자신이 출마를 원하고, DJ가 반대하지 않으며, 한화갑씨가 지지한다고 한다. 민주당에서는 홍업씨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홍업씨의 출마나, DJ의 지원이나, 민주당의 '무(無)공천' 모두 잘못된 것이다. 정도(正道)가 아니다. 특히 홍업씨를 매개로 해 범여권이 호남의 결속을 꾀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홍업씨가 누구인가. 꼭 5년 전 DJ 정권 말년인 2002년 봄은 DJ가 잊고 싶은 시간일 것이다. 그해 5월 셋째 아들 홍걸씨가 비리 게이트에 연루돼 감옥에 갔다. 다음달엔 둘째 홍업씨가 이권청탁을 들어주고 20여억원을 받은 혐의로 감옥에 들어갔다. DJ는 탈당하고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최근엔 장남 홍일씨마저 이권청탁 자금을 받은 죄목으로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직을 잃었다. 그렇기 때문에 '홍삼 트리오'라는 시중의 비아냥도 있었다. DJ의 민주화 투쟁으로 장남 홍일씨뿐 아니라 둘째 홍업씨도 신고(辛苦)를 겪었다. 하지만 DJ 일가의 시련에 대해 유권자들은 이미 충분히 보상했다. DJ를 대통령으로, 홍일씨를 목포에서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주었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8월 홍업씨를 사면.복권시켰다. 사면.복권으로 피선거권이 회복됐다. 그렇다고 그의 출마가 도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떳떳한 것은 아니다. DJ는 아들에 대한 애정의 차원을 떠나 전직 대통령으로서 정치의 도덕성과 사법의 정의를 지켜야 한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고향 거제도의 주민은 YS의 아들 현철씨에 대해 냉담했다. DJ와 홍업씨가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무안-신안 유권자가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