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덕 원장의 성장클리닉 13회] 키작은 아이의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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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을 받아 들고 손꼽아 기다리던 새학년, 새학기날. 뭐든지 새로운 것은 ‘설렘’을 안기는 법이지만 필자는 ‘불안함’이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새학년이 되면 늘 키 순서대로 줄을 세워 놓고 번호를 매기던 날이 싫었기 때문이다. 키가 큰 아이들은 그런 기분을 느껴본 일이 없겠지만 늘 앞에서 1, 2, 3번을 하는 아이들은 올해도 또 그 번호가 될까 봐 가슴이 방망이질을 한다. 조금이라도 뒷번호로 가기 위해 선생님 몰래 살짝 까치발을 서면서 말이다.

◆ 학창시절 ‘1번 스트레스’, 키작은 아이들의 고민
3월 첫째 일요일에 이솝을 찾아온 엄마 김희정(38세) 씨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 본인도 키가 작아 학창시절 내내 앞번호를 벗어나 본 적이 없었는데 막상 아이가 입학식날 맨 앞줄에 서 있게 되자 덜컥 ‘작은 키를 대물림 해줬구나’ 하는 생각에 왈칵 눈물이 났다는 것이다.

“어찌나 속상한 지 조금이라도 뒤로 세우고 싶어 바로 뒤에 선 애랑 자리를 바꿔 놓았습니다. 선생님 몰래 말입니다. 매일 작다고 놀림 받으면 얼마나 기가 죽을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처음으로 학교생활을 시작했는데 적응하지 못할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라고 김 씨는 말한다. 그리고 차일피일 미뤄뒀던 성장판 검사를 당장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성장클리닉을 찾았다고 말했다.

성장클리닉에는 ‘1번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들이 많이 온다. 초등학교 입학 초기에는 그러려니 하다가 2, 3학년에 올라가서도 계속 1~3번에서 맴돌면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새학년마다 새로 만난 친구들한테서 계속 ‘키작은 꼬맹이’라는 각인이 찍히기 때문이다. 내년이면 크겠지 하던 기대감이 점점 엷어지면서 초조해지기도 하고, 4학년 무렵 초경이라도 시작되면 더욱 불안해져 엄마를 졸라 성장클리닉을 찾는 아이들도 있다.

◆ 수년간 반에서 5번 이내라면, 성장판 검사 해봐야
아이들마다 키성장 속도에는 차이가 있어 늦게 자라는 아이들이 있다. 그러나 모든 아이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서 내내 키 작은 아이에 머물다 키 작은 성인이 되는 일도 허다하다. 따라서 초등학교 입학 때 이미 반에서 1~5번 내외라면 부모님들은 우리 아이가 성장 검사가 필요한 아이 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다가 2학년에서 가서도 키 번호에 변함이 없으면 꼭 성장판 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 자녀가 또래보다 조숙한 편이라면 더욱 필요하다. 그런 아이일수록 뼈연령이 많아 성장판이 일찍 닫힐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판 검사는 빠를수록 좋고, 성장 치료가 필요한 경우라면 남자아이는 초등 3~6학년, 여자아이는 초등 2~5학년에 치료를 시작해야 성장치료 효과가 높다.

이제 5학년이 된 가영이는 초등학교 입학부터 4학년까지 반에서 내리 1번을 했다. 4학년에올라가서도 역시 1번에다 키가 129cm로 또래 평균보다 8cm가 처지자 작년 4월 필자의 한의원을 찾아왔다. 검사 결과, 뼈연령(뼈나이, 골연령)은 또래보다 높지 않았으나 최종 성인 키는 153cm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었다. 걱정이 된 엄마는 바로 치료를 시작해달라 했고, 작년 4월부터 클리닉을 시작해 10개월간 9.2cm가 자랐다. 약 6개월간 한약을 복용하고 4개월은 쉬면서 스스로 자라는 시간을 가져서 나타난 결과이다.
이제 며칠 후면 새로운 친구들과 키를 재 번호를 정하게 된다는 가영이는 이번에는 중간번호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여느 때 느꼈던 걱정과 불안 대신 설렘과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다면서 말이다. 성장클리닉을 계속 할 경우 가영이의 최종 성인키는 163 cm가 된다. 그대로 뒀다면 153cm. 과연 이 10cm로 인해 가영이의 삶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확실한 것은 ‘작은 키 콤플렉스’는 더 이상 가영이에게 없다는 것이다.

■ 글: 이솝한의원 이명덕 원장(02-3444-3588 / www.aesopclinic.com)

조인스닷컴(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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