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밀 거인' 노비츠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아들에게 나 같은 선수가 되라고 말하지 않겠다. 대신 노비츠키의 플레이를 보여주겠다. 그의 스타일은 NBA '빅맨'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프로농구(NBA)의 정상급 센터 섀킬 오닐(마이애미 히트.2m16cm.147kg)은 지난해 8월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더크 노비츠키(댈러스 매버릭스.2m13cm.111kg.사진(右))는 완벽한 내.외곽 능력을 지녔다. 오닐은 "밖으로 나와 3점슛을 던지고, 안으로 들어와 미들슛을 성공시키며, 언제나 골밑으로 파고들 준비가 돼 있는 선수"라고 덧붙였다.

2006~2007시즌이 벌어지고 있는 5일(한국시간) 현재, 노비츠키는 경기당 25.4득점, 9.6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그는 빅맨의 새로운 장르를 열어젖힌 '초정밀 거인(센터의 하드웨어를 갖춘 슈터)'이다. 올 시즌 자유투 성공률 90.6%, 3점슛 성공률 42.9%, 야투 성공률 50.5%로 최고의 슈터를 가늠하는 180클럽(야투 50%+3점슛 40%+자유투 90%)의 조건을 만족시키고 있다.

노비츠키를 앞세운 매버릭스는 현재 15연승(홈 22연승) 중이고, 시즌 50승9패(0.847)로 NBA 전체 구단 중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두 시즌 연속 MVP 투표 3위에 머물렀던 노비츠키는 올 시즌 가장 강력한 MVP 후보다.

그는 NBA 올스타 베스트5에 뽑힌 유일한 독일 태생 선수다. 독일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뒤 1997년 군에 입대했다. 그래서 그는 미국 고교와 대학을 거치지 않고 올스타 베스트5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유럽 태생선수 이기도 하다.

98년 NBA 신인 드래프트 전체 9순위로 밀워키 벅스 유니폼을 입었을 때 전문가들조차 '슛만 좋은 엉성한 유럽인'으로 봤다. 99~2000시즌 평균 17.5득점, 6.5리바운드를 기록했을 때도 '그래도 수비는 형편없다'는 평가가 돌았다. 2000~2001시즌 블록슛 101개, 3점슛 151개를 기록했고 2004~2005시즌 전 최고의 가드 스티브 내시가 팀을 떠나자 '날개를 잃었다'는 비관론이 돌았을 때도 그는 평균 26.1득점을 올렸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그를 '적응(adjust)의 진수를 보여주는 선수'라고 평가한다.

97년, 찰스 바클리.제이슨 키드.스코티 피핀 등으로 구성된 NBA 올스타가 독일을 방문해 주니어 팀과 친선경기를 했을 때 바클리를 앞에 두고 덩크를 꽂아넣은 선수가 노비츠키였다. 그때 바클리는 "그가 원하는 만큼 돈을 벌게 될 것"이라고 했고, 그 말은 실현됐다.

강인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