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인력,증원만 능사아니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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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92년도 대학 입학정원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한 대학의 이공계 대학에 집중적으로 늘어났다.
산업화,과학화,첨단화에 따른 인력수급이 제때에 이뤄지지 못함으로써 생겨났던 여러 어려움을 생각한다면 때늦은 감이고 그나마 미흡한 형편이기도 하다.
새로운 의욕으로 출발하는 과학기술교육이 뒤늦고 미흡한 감이 있지만 보다 충실하고 의욕에 찬 진정한 의미의 과학기술 교육으로 정착되기 위해서 우리는 다음 두가지 사항을 특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과학기술 교육은 지속적이고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70년대중반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책의 일환으로 특성화 대학이 시도된 적이 있었다. 초기에는 어느정도의 효과를 보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젠 그런 제도가 있었는가 할 정도로 무시되고 방치되었다.
특히,지방대학별 특성화 정책이 지속적으로 운영되었더라면 지금과 같은 과학 기술인력의 부족 현상이 긴박한 문제로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고 수도권 인구 분산정책과 역행하는 화급한 응급책을 쓰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서울 수도권의 명문대 중심의 첨단학과 대폭 증원 정책은 산업체의 요구에 따른 응급처방이라고 본다. 단기적 효과가 아닌 장기적 교육정책으로 정착되기 위해선 기존의 지방대학 특성화 정책과 병행 하는 포괄적 보완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둘째,증원만이 능사가 아니라 늘어나는 학생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가르쳐 유능한 기술인력으로 키우느냐에 과학기술 정책은 집중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선 실험 실습 기자재의 확충과 교수요원의 확보를 위한 엄청난 재정적 지원이 요청된다. 그러나 교육부가 산업인력 양성지원금으로 1천3백억원을 요청했지만 확보된 예산은 10% 미만일 뿐이다. 이 예산으로 과연 소기의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한 예로 서울대 공대를 살표보자. 현재 정원 7백40여명에 내년도 2백80명이 증원되면 학생수가 1천명을 넘는다. 교수 1인당 학생수가 31명에서 40명선을 육박하게 될 것이다. 미국·일본의 평균치가 20명,10명이고 MIT나 칼텍 경우 4·5명 내지 3명이다.
공대생 1인당 연간 실습비는 5만6천원이라는 푼돈이고 사용하고 있는 실험장비는 71%가 폐기직전의 고물이다. 교수 한명이 7·5학 과목을 담당하니 만능박사가 아니고서는 교육내용을 책임질 수도 없다. 서울대 공대의 수준이 이렇다면 타대학의 수준은 굳이 열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교수진·실험실습장비·학생에 대한 교육투자가 지금 이러한 실정에서 정원만 늘렸다고 고급기술인력이 쏟아지리라 기대 하는 것은 녹목구어의 어리석은 공상일뿐이다.
과학기술인력의 확보가 국가장래를 담보할 시급한 정책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재정적 뒷받침과 보완책이 폭넓게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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