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미녀 만들기' 프로그램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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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을 위해 멀쩡한 남성들도 성형 수술을 받을 정도로 외모를 중시하는 세태에 인공적으로 얼굴과 몸매를 완전히 바꾸는 ‘인조미녀 만들기’가 곧 전파를 탈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케이블 패션뷰티 채널인 동아TV는 2일 “평범한 외모의 여성이 성형수술 등을 통해 미인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기 위해 지난달 20대 여성 세 명을 뽑아 제작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성형미인을 만들어준다는 광고를 내보내자마자 1천2백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으며, 동아TV는 3차에 걸친 면접심사를 거쳐 여대생 두 명과 회사원 한 명을 선발했다. 세 명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외모지만 이마가 좁다거나, 하체 비만이 심하다는 등의 이유로 이 프로젝트에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4일 1백일 예정의 미인되기 프로젝트에 들어간 세 명의 도전자들은 이미 성형외과 의사로부터 대략적인 견적을 뽑고 치아교정에 들어갔다. 본격적인 성형수술은 내년 1월초에 시작해, 3월이면 성형미인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한 사람당 대략 5천만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는 비용은 병원 등의 협찬으로 충당된다. 동아TV는 미인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8일부터 매주 월·화요일에 방송한다.

동아TV 관계자는 “성형수술은 이제 단순히 얼굴을 예쁘기 위한 게 아니라 인생의 자신감을 찾아주는 수단”이라면서 “끼가 있지만 외모 컴플렉스 때문에 소극적으로 살아온 여성들에게 다른 삶을 열어주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을 제작의도”라고 밝혔다. 또 “성형 뿐만 아니라 매너 수업 등 이미지 메이킹 강좌를 통해 긍정적인 성격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진지하게 보여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제작진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학계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선정적인 방송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방송영상산업진흥원 송종길 박사는 “아직 방송 전이라 프로그램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모 지상주의에 편승해 채널 인지도를 높이려는 의도라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실련 미디어워치 김태현 부장도 “여성을 외모로만 평가하는 한국사회의 왜곡된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면서 “방송위원회가 이제라도 심의기준을 강화해 우리 사회에 커다란 가치관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이 프로그램에 제재를 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에 앞서 중국에서는 지난달 석사 출신의 24세 여성 하오루루가 수술비 30만 위안(약 4천5백만원)을 들여 인조 미녀로 재탄생한 바 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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