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수원 안효연 정월 대보름날 '대전 액운'쫓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빗속의 환호. 교체멤버로 들어간 수원 안효연이 후반 41분 결승 헤딩골을 터뜨린 뒤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비는 더욱 세차게 퍼부었다. 경기는 무승부로 끝나나 싶었다.

후반 41분 미드필드 왼쪽에서 수원 삼성 조원희가 길게 공을 띄웠다. 안효연이 힘차게 솟구쳤다. 안효연의 머리에 맞은 공은 큰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대전 골네트 왼쪽 상단에 꽂혔다.

수원 선수들은 일제히 비에 젖은 그라운드로 슬라이딩을 했다. 2003년 5월 이후 4년 가까이 지긋지긋하게 이어온 대전 징크스(13전 8무 5패)가 깨지는 순간이었고, 차범근 감독이 K-리그 사상 10번째 통산 100승을 달성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수원이 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K-리그 홈 개막전에서 대전 시티즌에 2-1로 역전승했다. 경기 전 대전 최윤겸 감독은 "기록은 언제든 깨질 수 있다. 그날이 오늘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징크스는 깨졌지만 대전도 후회 없는 싸움을 했다.

대전 징크스를 끊고 100승 감독이 된 차범근 감독이 팬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수원은 새로 뽑은 에두와 2년 만에 돌아온 '원샷 원킬' 나드손을 최전방에 포진시켰다. 7년 만에 K-리그로 복귀한 안정환도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하지만 안정환은 아직 몸이 덜 만들어졌고, 나드손도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후반 5분 대전이 선제 펀치를 날렸다. 올림픽대표 김창수가 오프사이드를 절묘하게 뚫는 패스를 찔러 줬고, 20여m를 단독 질주한 우승제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이운재가 지키는 수원 골문을 열었다. 프로 3년차 우승제의 프로 데뷔골이었다.

차 감독은 곧바로 안정환과 백지훈을 빼고 안효연과 배기종을 투입했다. 중앙으로 몰렸던 공격 루트를 측면으로 다변화하려는 의도였다. 수원은 후반 23분, 아크 정면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이관우가 수비 위치가 너무 가깝다고 따지는 사이 마토가 왼발로 땅볼 슛을 날렸다. 공은 대전의 왼쪽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1-1 동점을 만들어 기세가 오른 수원은 끊임없이 대전 골문을 노리다 마침내 교체 멤버 안효연이 역전 결승골을 따냈다.

차범근 감독은 "기록은 언제든 깨지게 돼 있지만 너무도 긴 시간이었다. 수원 감독으로 온 이후 한번도 이기지 못한 대전을 꺾으면서 통산 100승까지 달성해 더 기쁘다. 최선을 다한 선수들과 빗속에서 끝까지 응원해 준 서포터스가 정말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수원=정영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