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고학력 젊은이, 일자리 눈높이를 낮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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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학력 인플레가 청년 실업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산업 수요에 비해 청년 고학력자가 과도하게 늘었고 이들의 직업에 대한 기대 수준이 너무 높아 청년 실업을 고착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 입학생은 1990년 19만 명에서 지난해 33만 명으로 늘었다. 반면 괜찮은 일자리는 최근 3년 새 8만 개 줄었다. 취업 준비생은 53만 명에 달한다. 현재로선 젊은이들이 눈높이를 낮추지 않는 한 해결 방안이 별로 없는 것이다.

대졸 구직자 가운데 76%는 합격통지서를 받고도 '연봉이나 근무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등의 이유로 입사를 포기한다고 한다. 좋은 일자리를 찾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하지만 좋은 일자리만 바라보고, 금쪽같은 젊은 시절을 입사원서만 내면서 축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성에 차지 않는 일자리여도 일단 적성에 맞는다면 도전해 보는 기백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은 지금도 인력이 20만 명이나 부족하다. 공무원처럼 편하고 안전한 일자리만 찾아선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젊은이들만 탓할 수도 없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저임금직에서 고임금직으로,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니 시간이 걸려도 좋은 직장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클 것이다. 정부는 '사회적 일자리'라는 허드렛일을 만드는 데 몰두할 게 아니라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수급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부터 짜기를 바란다. 이런 마당에 인적자원 정책을 조율한다는 정부의 인적자원개발회의가 7년간 형식적으로 열리면서 허송세월을 했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대학도 변해야 한다. 너도나도 종합대학을 세워 정원을 늘릴 게 아니라 대학을 특성화해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 부모의 과보호도 사라져야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부모에게 기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자. 건강한 부모 밑에 건강한 자식이 나오고, 이런 가정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