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체능교육 경시해선 안된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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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제6차 교과과정 개편시안을 둘러싼 대립과 반발이 여러 학과목에서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도 줄기차게 계속될 논의의 진통이 학과목 이기주의에만 사로잡혀 21세기의 교육을 그르치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된다는 점을 이미 환기한 바가 있다. 그 이유는 국제화 산업화 민주화에 부합하는 시대적 인간상을 육성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라면 그 목표에 부합하는 분야는 적극 개발하고,맞지 않는 분야라면 과감히 축소 폐지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행히 교과개편 방향이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상당부분 수용하고 있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구체적 개편안에서 개편의 방향과 상치되는 부분이 드러나고 있음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교육과정 개편에서 강력히 내세우고 있는 「추구되어야 할 인간상」은 자주적인 인간,창조적인 인간,협동적 인간,건강한 인간으로 요약된다. 자주·창조·협동의 건강한 인간을 육성하고 교육하는 길이란 지금까지의 국영수 중심의 학관 교육이 아닌 지덕체를 겸비한 전인교육의 양성을 새롭게 강화하자는 의지 표현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개편시안은 기존의 국영수 시간을 확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체육·음악·미술 시간을 통합시간대로 묶으면서 수업시간을 축소하고 예체능 학과목 자체를 경시하는 쪽으로 편성하고 있다.
어제 한국체육학회가 심포지엄에서 지적한 문제점에 따른다면 중·고교 경우 주당 1시간,국민교 1·7시간이 준다는 것이고,교육부 개편 연구팀의 주장에 따른다면 자유선택 시간을 별도로 배정했고,교육청과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시간이 증감될 수 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연구팀의 주장에 일리를 인정한다 해도 중 2년의 개정시간 배정은 분명 7시간이 5시간으로 줄어들었고 예체능을 통합함으로써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재량의 폭 또한 켜졌음은 명백하다.
더욱이 고교 경우 입시준비 때문에 이미 여러해 전부터 체육시간이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데도 이번 개편안이 예체능 경시의 잘못된 교육현장의 풍토를 고치려는 쪽보다는 현실적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이 더욱 놀라운 노릇이다.
국영수 중심의 입시교육에서 벗어나 예술적 정서를 함양하고 체육을 통해 참여와 협동,그리고 질서의식과 페어플레이 정신이라는 민주교육을 베워야 할 예체능시간을 늘리지는 못할 망정 축소하고 무시하는 쪽으로 개편한다는 것은 분명한 시대착오적이고 잘못된 교육현실을 더욱 잘못된 방향으로 몰아가는 개악이라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예체능 교육을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수정돼야 하고 교육 내용 또한 노래와 그림,달리기라는 초보적 단계를 벗어나 시대적 요청에 부합되는 교과내용으로 짜여지고 운영되게끔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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