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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Coverstory] 별난 동네 이태원 … 먹어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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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음식점의 코드는 편안함입니다. 휴일엔 늦은 아침을 즐길 수 있는 느긋함이 있고,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해방감이 있는 곳입니다. " 인테리어 전문업체인 다원 ID&C 마케팅 박금희 부장의 말이다.

그는 휴일엔 편안한 옷차림에 외투만 걸치고 이태원으로 가 브런치를 먹는다. 친구를 부르거나 '나홀로 식사'를 즐긴다. 다이어트를 위해 샐러드 한 접시를 먹거나 좀 부족하다 싶으면 즉석 샌드위치를 추가한다. 평일엔 저녁 자리를 위해 이태원을 자주 찾는다. 업무상 외국인을 만날 일이 많기 때문이란다. "외국인들은 강남의 고급 레스토랑보다 이태원의 캐주얼한 분위기를 훨씬 좋아해요. 이태원 접대의 성공률이 더 높은 편이지요."

라 시갈 몽마르트

후배 직원들과의 회식 장소로도 이태원은 훌륭하다. 무엇보다 선택의 폭이 넓다. 미국식 바.일본식 선술집.베트남 해장국수까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술자리 차수를 늘려도 다음을 기약할 색다른 장소가 늘 있다. "뭐니뭐니해도 '착한' 음식값이 가장 큰 매력이죠. 강남에서와 같은 돈을 써도 돌아오는 가치는 50% 이상 더 크거든요."

한때는 낯선 외국 도시에 온 듯한 어색함 때문에 기피하곤 했던 이태원. 그곳을 자기집 주방처럼 들락거리는 박 부장에게 이태원에서 맛있게 놀 수 있는 음식점 몇 곳을 추천받았다.

글=유지상 기자 <yjsang@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방갈로

■ 라 시갈 몽마르트 브뤼셀식 홍합요리로 와인 짠 ~

한 레스토랑에서 여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 자신의 기분, 아니면 동행하는 사람의 분위기에 맞춰 자리를 택할 수 있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좀 더 격식을 차린 공간이 펼쳐진다. 중간참은 작은 액자들이 주렁주렁 걸린 강렬한 빨간색 벽이 인상적이다. 입구엔 이태원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는 프랑스풍 노천카페다. 이곳의 주특기는 홍합탕. 화이트와인.양파.샐러리가 들어간 국물에 홍합을 삶아낸 '브뤼셀식 홍합요리'(1만1000원)를 비롯해 18가지나 된다. 홍합 요리를 안주 삼아 낮에는 맥주, 밤에는 와인을 마시고 싶은 장소다. 02-796-1244.

내쉬빌

■ 르 생텍스 '프랑스 밥집'… 메뉴 수시로 업데이트

프랑스 소도시 뒷골목의 레스토랑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하다. 메뉴를 수시로 바꿔가며 프랑스의 가정식 요리를 만들어낸다.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종업원이 흑판에 적힌 메뉴판을 들고 와 하나하나 설명한다. '화이트와인 셔벗을 곁들인 굴전채요리(8000원)'란 메뉴가 눈에 들어오자 자연스럽게 와인 주문으로 이어진다. 하우스와인은 한 잔에 6000원부터. 토마토소스의 도미요리를 메인으로 한 점심 세트 메뉴가 1만5000원이다. 이에 앞서 나온 당근 수프 요리나 디저트만으로도 충분히 주방장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주말에는 브런치 손님이 몰리는 곳으로 예약해야 헛걸음을 면할 수 있다. 02-795-2465.

게코스 테라스

■ 방갈로 바닥이 모래밭 … 바캉스 기분 내 볼까

멀리서 그 붉은색 간판과 현관만 봐도 '기발한 놀이 공간'임을 짐작할 수 있는 곳. 현관을 열고 작은 계단을 올라 실내에 들어서면 "역시나" 소리가 절로 난다. 먼저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모래 방엔 테이블 아래 모래가 깔려 있다. 태양이 작열하는 바닷가 모래사장을 연상케 한다. 발장난을 하다 보면 업무로 쌓인 스트레스가 스르르 사라진다. 여름엔 도심 속 선탠이 가능하고 노천 미니 풀에서 몸매를 뽐낼 수도 있다. 여자 친구들끼리라면 1층의 그네 테이블을 강력 추천한다. 후배들이 술을 사달라고 보챌 때 데리고 가면 세련된 선배란 반응이 돌아온다. 쇠고기 꼬치구이(1만4000원) 등 바비큐 요리가 주 메뉴. 칵테일은 6000원부터. 02-796-1606.

발바리네·천상

■ 내쉬빌 미국 촌식당에서 끝내주는 햄버거 먹는 맛

인테리어는 1970~80년대 미국 시골 식당 수준. 그렇지만 햄버거 맛은 21세기 최신 버전이다. 주문 뒤 약간 오래(10분 이상) 기다린다 싶으면 그릴에 갓 구운 햄버거가 식탁에 오른다. 주문을 받은 즉시 고기를 굽기 때문. 고기 기름기가 쫙 빠진 듯해 고칼로리를 부담스러워하는 여성들도 즐겨 찾는다. 함께 나오는 감자튀김 역시 바싹 튀겨 씹는 맛이 있다. 스테이크처럼 햄버거 패티의 굽는 정도(레어(rare).미디엄(medium).웰던(welldone))도 정할 수 있다. 햄버거 7800원부터. 02-798-1592.

81번옥

■ 게코스 테라스 배 터질 만큼 먹었으면 포켓볼 한 판

외국인들과 먹고 놀 때 2차 장소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 아니면 친구들과 주말 오후에 햄버거(8500원부터)를 먹으러 가기 딱 좋은 곳. 미국 스타일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만큼 양이 푸짐하다. 태국 스타일의 볶음밥(1만500원)도 한 끼 식사로 흡족.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선 채 생맥주(2500~8000원)를 마시다 포켓볼을 치며 놀기도 한다. 주말엔 사람이 많아 고개만 삐죽 내밀었다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02-749-9425.

토크

■ 발바리네.천상 김치가 만두피 … 그 이름 발.바.리.탕

한국식 주점인 발바리네와 일본식 선술집인 천상이 나란히 영업 중이다. 겉은 '따로 따로'지만 속 알맹이는 하나다. 주인이 같은 데다 두 집을 연결하는 통로도 있다. 덕분에 발바리네에서 천상 메뉴를, 천상에서 발바리네 메뉴를 주문해 먹을 수 있다. 대한해협을 건너다니며 한국과 일본을 맛보는 기분이다. 발바리네는 만두 피 대신 김치로 만두 소를 싸서 끓인 얼큰한 발바리탕(1만8000원)이 특기. 천상엔 마즙(3000원)부터 각종 일본식 안주 요리가 준비돼 있다. 02-749-2224.

■ 81번옥 도전! 라면 먹기 …'점보' 다 먹으면 공짜

일본식 생라면 전문점. 4인분 정도의 점보 라멘을 20분 안에 국물까지 마시면 공짜(실패하면 2만원)라는 황당한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먹성 좋거나 승부욕이 강한 후배가 밥 사달라고 자꾸 괴롭히면 조용히 데리고 가 혼쭐을 내주기 딱 좋다. 쇼유(간장)라멘, 미소(된장)라멘 등 종류가 다양하며, 면 위에 얹는 재료도 선택할 수 있다. 값은 6000원부터.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준비시간. 02-792-2233.

깡통만두

■ 토크 고추냉이가 톡 쏘는 샌드위치 먹어봤니

햄버거를 들고 먹기 부담스러운 상대를 만났을 땐 샌드위치로 살짝 메뉴를 바꿀 수 있다. 도쿄.하바나.뉴욕 등 세계 도시 이름을 땄다. 인기 메뉴는 도쿄 샌드위치(7000원)로 게살을 고추냉이와 마요네즈로 버무려 속을 만든 것. 고추냉이의 톡 쏘는 맛과 부드러운 게살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피자류도 있다. 주말에는 브런치 바(1만5000원)도 있는데 단품 브런치 메뉴만 주문해도 아쉬울 게 없다. 02-794-3834.

■ 깡통만두 만두만 있냐고 ? 비빔국수도 있지롱

이태원에 숨은 한국의 손맛이다. 만두전문집이라기보다 분식집에 가깝다. 먼저 아이들 주먹만 한 만두가 6개 나오는 접시만두(5000원)를 전채 삼아 허기를 달랜다. 겨울엔 콩을 갈아 만든 비지찌개(5000원)가 제격이고, 여름엔 콩국수를 찾는 손님이 많단다. 그래도 사철 내내 효자노릇을 하는 메뉴는 비빔국수(4000원). 손칼국수 면발에 비빔장과 함께 열무김치.오이.김.깨 등을 푸짐하게 얹어낸다. 입맛이 없을 때 찾아 기운을 차리기 좋은 곳이다. 02-794-4243.

유지상.조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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