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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하사 빗속 귀국 … 하늘도 울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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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고 윤장호 하사와 같은 내무반을 사용했던 엄선호 병장이 2일 경기도 분당 국군수도병원 빈소에서 윤 하사의 어머니 손을 붙잡고 울먹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아프가니스탄에서 폭탄테러로 전사한 고(故) 윤장호(27) 하사의 유해가 2일 고국의 품에 안겼다. 윤 하사의 유해는 유족과 합참 유해인수단, 근무를 마친 자이툰 부대원 300여 명과 함께 아시아나 전세기편으로 비가 내리는 경기도 성남의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영정을 앞세운 윤 하사의 유해는 대형 태극기에 싸여 동료였던 다산 부대원 8명에 의해 운구됐다. 박흥렬 육군참모총장과 윤 하사의 원 소속부대인 특전사 장병 100여 명은 거수경례로 고인을 맞이했다. "냉동시설이라도 설치해 놓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아들 얼굴을 볼 수 있다면…."

빗속에서 운구 행렬을 바라보던 아버지 윤희철(65)씨는 끝내 오열했다. 어머니 이창희(59)씨도 "장호와 오랜 시간 사랑을 나누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며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통역 임무 수행 중 숨진 윤 하사는 병장에서 하사로 1계급 특진했으며, 인헌무공훈장이 수여됐다. 윤 하사의 장례는 특전사 부대장으로 치러지고, 4일까지 조문을 받은 뒤 5일 대전에 있는 국립현충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빈소가 차려진 국군수도병원에는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장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진훈 특전사령관이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아와 고인의 희생을 애도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을 대신한 윤병세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한명숙 총리 등이 조문했다. 다산부대 동료인 유성관(22.통역병) 상병은 "최고 선임병으로 항상 밝은 얼굴에 힘든 업무가 있을 때 도와주려 했었다"며 "이렇게 돼서, 조금만 있었서도…"라며 울먹였다.

분향소에서 아버지 희철씨는 시종 차분한 표정을 보이다 추도예배 중 울음을 터뜨려 문상객들을 안타깝게 했다.

윤 하사의 특전사 전입 동기인 엄선호(22) 병장은 "(전사소식을 들은) 부대원들이 처음엔 믿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뒤늦게 말 없이 눈물만 흘렸다"며 "조문할 때 (윤 하사) 어머니가 '장호 몫까지 살아달라'고 부탁했다. 제 동기의 죽음을 (파병 반대와 같은) 다른 일에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도 잇따랐다. 여야 지도부와 한나라당 대권주자 등이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도 빈소를 찾았다. 버시바우 대사는 미국 정부가 연합작전 수행 중 순직한 외국 군인에게 수여하는 최고의 훈장인 동성무공훈장을 유가족에게 전달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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