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어 "이는 2.13 베이징 합의에서 규정한 1, 2단계가 이행된 뒤 시작되는 3단계에 해당된다"며 "이에 따라 우리(북한 외 5개국)는 대북 추가 에너지 지원 문제에 미리 동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단계에서 북한이 중유 외에 다른 것, 이를테면 인도적 지원 같은 걸 원할 수 있어 '중유에 상응하는 것'이라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경수로 논의' 첫 시사=한마디로 '북한의 영변 원자로 불능화 이후에도 북한의 조치와 중유 제공의 계속적인 연계'를 제시함으로써 북한의 비핵화를 최대한 빨리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힐 차관보는 특히 "북한이 비핵화를 완료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면 2005년 9.19 베이징 합의대로 경수로 지원 논의를 착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2.13 합의에서는 경수로 지원 문제가 거론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낸 바 있다. 한데 힐 차관보는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경수로를 지원할 수 있음을 인터뷰에서 처음 시사했다. 북한의 숙원 사업 성사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전례 없는 유화 제스처다.
◆"북한의 NPT 복귀가 선결 조건"=힐 차관보는 '비핵화'의 핵심 요소로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 중단과 함께 기존에 추출한 플루토늄 및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신고.폐기 등 세 가지를 강조했다. 북한이 이 세 가지를 해결하고 NPT에 복귀하며 비확산을 입증해야 경수로 지원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힐 차관보는 "북한의 (심각한) 에너지 필요를 우리는 유념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경수로를 핵무기 비즈니스에 써버려 오늘의 상황을 자초했다. 정말 경수로를 원한다면 더러운(dirty) 핵무기 비즈니스로부터 확실히 벗어나야 민수용 핵에너지 지원 논의가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기생산 플루토늄 신고와 관련, "약속대로 초기 조치 60일 안에 g 단위까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HEU 프로그램 정보가 과장됐다'는 뉴욕 타임스 등의 보도와 관련, "정보의 신뢰도가 강하냐 약하냐는 문제가 아니다"며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사들여 무슨 일을 벌였느냐를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못 박았다.
힐은 향후 일정과 관련, "2.13 합의에 따라 5개 워킹그룹 회의가 한 달 안에 가동될 것이며 그 다음 30일 안에 북한의 합의 이행과 BDA 제재 해제를 위한 평가가 이어지고 6개국 외무장관 회담이 열릴 것"이라며 "그 뒤 한반도 평화 구조 촉진 논의 등 광의의 프로세스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지원에 대해선 "2.13 합의 성공은 한국과의 긴밀한 공조가 한몫했다"며 "향후 한국의 대북 지원과 관련해서는 오늘 방미한 송민순 외교부 장관과 대화할 것"이라고 말해 한.미가 조율할 뜻을 시사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