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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14대 전초전 현장에 가다: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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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울과 함께 여야 총력전 태세/전 고위공직자들 출사표로 현역 긴장/치열한 여 집안싸움에 “제닭 잡아먹기”평/면직원 반발로 선물돌리기 중단소동도
28개 선거구가 집중돼 있는 경기도는 서울과 함께 14대총선을 겨냥한 통합야당의 성패가 걸려있는 승부처로 꼽히고 있어 여야 모두 총력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13대 총선의 경우 28개 선거구중 11개 선거구를 야당(현재 1석)이 차지했을만큼 야성이 저변에 깔려있는데다 서울과 근접해 있는 지역특성상 서울바람이 곧바로 직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합야당의 호응도 여하에 따라서는 13대의 재판이 될 수 있는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현지 여야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관측이다.
○거물급 공천싸움 볼만
○…여권내 최대 공천경합지역의 하나로 꼽히는 가평­양평은 김영선 의원(국방위원장)의 수성태세에 안찬희 전국구의원과 오치성 전내무장관의 3파전이 팽팽하다.
3선의 김의원에 도전하는 안의원은 지난 9월 지역구 출마를 공개선언한후 양평에 30평짜리 후원회 사무실을 내고 본격적인 지역구 공략작업을 펴고있다.
오전장관도 이번 추석을 계기로 과거 자신의 사조직을 다시 규합,식사를 함께 하는 등 지역구 활동에 열심.
용인은 민자당의 이웅희 의원에 월계수회의 김정길 전국구 의원과 박승웅 당서울시지부 사무처장이 오래전부터 공천경쟁을 벌이고 있는 지역.
이의원은 지난번 경기지역 집중호우로 용인지역이 물에 잠기자 며칠밤을 지새우며 수해복구작업을 돕는 등 열성.
김정길 의원은 부락단위로 「가락김씨」종친회 사무실을 냈으며 지난 추석때 면사무소 직원들에게 선물전달을 부탁했다가 이들의 반발로 선물배포가 중단되는 해프닝이 발생할 정도로 극성.
박승웅 사무처장도 추석때 인사장을 우송하고 지명도 제고를 꾀하고 각종 경조사에 빠짐없이 얼굴을 내밀며 출마준비중.
파주는 영화배우 출신의 최무룡 의원이 뒤늦게 지역구 활동에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13대 민정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던 이용호 전의원이 과거 사무실과 민정조직을 그대로 유지해오면서 재기를 모색중이며 3공시절 이곳에서 3선했던 박명근 전대한투신 사장도 거의 날마다 지역구를 샅샅이 누비며 구공화당 조직을 불러모아 맹공세.
여기에 우종림 의료보험공단 이사장이 출마여부를 타진중이며 이준희 전병무청차장도 자천타천 형식으로 거명되고 있다.
민주당에선 박영석(민주당계)·윤승중·김병호(이상 평민계)씨가 공천경합중.
송탄­평택은 민자·민주 할 것 없이 치열한 경합지역. 민자당에선 권달수 의원의 필사적인 수성태세에도 불구,자유총연맹 사무총장인 김영광 전의원이 골목을 누비며 이번에 기필코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고 김태경 전경기지사도 타진중이라는 소문.
야당은 유치송 구민한당 총재의 출마설이 나도는 가운데 유씨의 측근인 장기천씨·조성진씨와 경기도 의원인 유천형씨도 출마의사를 표명하고 있어 관심.
평택군엔 허남훈 전환경처장관이 최근 사무실을 내고 이자헌 의원과의 공천경합에 대비.
오산­화성 역시 여권 집안싸움이 치열한곳. 박지원 의원에게 권오석 전국구의원과 정창현 민자당도지부 사무처장,권의원의 비서관 출신인 황선정 신양건설 회장이 맹공세.
○민자 중앙당서도 “골치”
광역의회 후보 공천헌금으로 구속됐던 유기준 의원의 탈당으로 사고당부가 된 하남­광주는 여당 공천희망자 5명이 낯뜨거운 이전투구식 경쟁을 벌여 중앙당에서조차 조기공천지역으로 매듭지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만큼 열기가 달아오른 지역.
교통부 기획관리실장 출신인 정영훈씨는 하광장학회를 중심으로,김용원씨는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병원을,남재호 지구당 부위원장은 민자당 조직을 거점으로 뛰고있고,여기에 임정무 민주산악회 조직부장과 김정수 하남시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장이 가세해 상호 흑색선전을 벌이는 등 난전.
민주당의 이기택 공동대표 비서출신인 곽용식씨가 고군분투.
4선의 정동성 의원이 버티고 있는 여주도 여야대결이 만만치 않은 지역. 정의원은 13대때 4백여표라는 간발의 차이로 신승한 경험이 있어 지역구를 바짝 죄고있다.
야당은 13대총선시 정의원에 석패했던 이규택씨가 절치부심하며 지역구를 누비고 있어 리턴매치 결과가 관심.
○…서울을 둘러싼 외곽도시지역은 여야의 격렬한 맞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여야 내부적으로 공천각축장이 매우 치열한 특징을 갖고있다.
분구가 확실시 되는 과천­의왕­시흥­군포는 예측불허의 혼전지역. 이 지역은 안양과 지근거리에 있어 안양 출마희망자들과 연계가 불가피한데다 여권에서만도 황철수 의원에 신영순 전국구의원,김일주 구민정위원장,13대공화당 후보였던 박제상씨에 김세권 전서울고검장도 거명중.
야권에서도 제정구 전한겨레당대표와 고영구 변호사,이희숙 민주당 지구당위원장 등이 각축.
성남의 경우 김대중 민주당 대표의 장남인 김홍일씨가 성남갑 또는 을에 출마할 것이란 소문이 여러차례 나돌아 민주당 현역 이찬구 의원(을)은 물론 성남갑의 이대엽 민자의원도 바짝 긴장.
부천중구는 월계수 멤버인 홍영희 대성병원장이 자신의 사조직인 대성봉사단과 병원 임원을 거점으로 지지세력 끌어모으기에 전력하며 임무웅 의원에 도전하고 있고 민주당측에서는 안동선 전의원과 원혜영 구민주당 지구당위원장 등이 공천을 장담하며 상주활동중.
부천남은 민자당 최기선 의원이 천주교측 지원을 얻으려 땀을 흘리고 있는 가운데 이 지역 토박이인 이형기 구민정위원장이 공천에 목을 걸고 열심. 야당에서는 박규식 전의원이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119 구급대를 활용하는 등 극성.
광명은 기아노조위원장 출신인 김병룡 민자의원이 버티고 있으나 13대선거직전 공화당 지역구를 맡았던 김의원의 아들 김은호씨가 14대공천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부자간 타협이 관심거리. 여기에 13대 민정당후보로 낙선됐던 윤항열 국민은행 이사장이 통·반별 지역방문을 이미 마치는 등 재기에 총력.
○부자간 타협 관심거리
야권은 구신민·민주당 지구당위원장을 맡았던 최정택·여익구·노병구씨 등이 공천을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
여야 혼전지역으로 꼽히는 고양은 이택석 의원이 현지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지역주민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고 서동권 안기부장과 친분이 두터운 이국헌 변호사(전민정위원장),최영덕 전의원이 이의원에 공개적인 도전장을 내밀며 전력투구.
민주당의 박영록 최고위원과 이교성 의원(전국구)이 서로 공천을 장담하며 지역구를 들락날락 거리고 있어 낙점여부가 관심.
민자당의 조직점검에서 불량판정을 받은 동두천­양주는 이덕호 의원과 임사빈 전경기지사의 대결로 압축. 임씨는 도지사 재임중 경기애향회와 새마을조직을 튼튼하게 가꾸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춰왔다는 후문인데 최근들어 이들 조직을 중심으로한 활동에 박차.
야당에서는 12대 지역구의원을 지낸 김형광 전의원이 설욕을 다지며 꾸준히 표밭관리.
안양·성남·광명·부천 등은 타도에서 이주해온 이른바 「외지인」등이 절반정도인데다 이중 호남출신들이 3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계되고 있어 이들 표의 향방이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데 현지 관계자들은 이의를 달지않고 있다.
이에 반해 농촌지역은 연천­포천 등 일부지구를 제외하고는 여권 출마희망자들끼리 뜨거운 공천경쟁을 벌이는 이른바 「다여일야」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특징.<문일현기자>PN JAD
PD 19911017
PG 05
PQ 02
CP HS
SA P
CK 04
CS F02
BL 2394
GO 시평
GI 김주영
TI 어른이란 이름을 후회한다/김주영(시평)
TX 어른들이 아이들을 볼모나 미끼삼아 돈을 갈취하고 있다. 일류대학의 교수이면서 또한 오랫동안 이나라 무용계에 많은 인재들을 배출해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탄탄한 인맥을 이룬 교수님들이 제자들의 입학시험을 미끼로 돈을 뜯어내고 있었다.
그런가하면 그 학부모는 피붙이인 자식의 죽음을 미끼로 제3자가 들어도 모멸감을 느낄 사악한 방법으로 교수를 갈취하고 학교를 상대로 공갈함에 서슴지 않았다. 곡마단을 경영한 경험을 가진 연예계의 인물이 11세의 소녀를 7세로 퇴행사육시켜 오랫동안 그 출연료를 도둑질해왔다.
○비인간적 퇴행사육
교수들과 학부모의,그 더러운 탐욕을 보인 사건과 짐승에 비유되어 조금도 손색없는 연예인의 퇴행사육 사건은 이 사회의 도덕성이 어디까지 도달해 있는가를 가늠하는 모멸적인 잣대로 충분한 자료가 된다.
또한 교육적으로 이 나라에서 길이길이 그 업적이 존경받아 마땅할 도도한 교수님들이,혹은 육십의 나이를 코앞에 두고있는 한 연예인의 생활근거가 미성년자들을 볼모로해 마련되고 있다는 것에 기성사회의 도덕성이 어디까지 가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참으로 어른이란 연령계층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이 부끄러운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어떤 교수는 수사당국에서 더이상 비켜날 수 없는 증거를 들이댈때까지 줄기차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었다는 대목에서 차라리 한가닥 연민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심증은 가지만 증거가 없어 법망 밖에 있는 사람,혹은 그런 비리가 유독 올해 뿐이었으랴. 지난날에 저질러졌던 그 어둠속의 관행은 어찌하랴. 그런 것을 생각하면 오한을 느낄 정도다. 이들이 저지른 비도덕성은 한낱 돈을 받고 수험생을 부정입학시켰다는 단순한 법리적 차원의 비리만이 아니다.
소질도 있었고,학과수준도 합격선에 도달해 있었던 몇몇 수험생들은 교수와 학부모가 결탁해 저지른 탐욕과 횡포의 제물로 좌절을 겪게되었다는 사회적 문제를 가볍게 보아넘길 수 있다는데 있다.
지탄받아 마땅한 교육적 비리가 이른바 학교 사회안에서 뻔뻔스럽게 창궐하며 횡행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운동권 학생들의 과격성과 비합리를 꾸짖거나 매도할 수 있는지 스스로의 가슴을 치며 묻고싶다.
스스로의 결백성이 법의 차원에서 증명받지 못하게 되든,아니든간에 그 이름이 신문지상에 거론되었다는 사실 한가지만으로도 그는 이미 교육자의 위치에 설 수 없는 불결한 존재가 되어야만 교육기강이 바로잡힐 것은 두말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도 자신의 비리를 축소하기 위해,혹은 그것을 은닉하기 위해 지금 이 시간에도 노심초사 하고 있을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어둠속 관행에 오한
이 사람들의 교만과 비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정인들의 입초에 오르내려왔었다. 더욱더 가증스런 것은 이미 구속된 학부모의 태도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학부모의 지치지 않았던 탐욕을 탄핵하기전에 이제 땅에 떨어지는 것도 모자라 시궁창을 찾기에 급급해진 교육사회의 비리나 비인간성에 더욱더 모멸감을 느껴야한다.
학교발전에 보탬을 주려는 방편으로 그 더러운 돈을 상습적으로 받아 챙겼다면 문제의 심각성은 매한가지겠지만 한 개인의 도덕성 훼손에는 일말의 동정을 간구할 여지는 없지 않았다. 그러나 내막을 속속들이 헤아려 볼 수는 없되 그런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또한 하필이면 이런시대에 기성세대로 일컬어지는 어른으로 살고있다는 사실에 좌절을 느낀다.
만주벌판에서 독립전쟁을 하다 목숨을 초개같이 버림에 두려움을 두지 않았던 우리의 투사들은 독립군에 가담하려는 후손들에게 대뜸 총칼부터 쥐어주지는 않았다. 그들은 허술하지만 그 바람부는 허허벌판에 학교를 세워 먼저 우리의 글을 가르치고 역사를 가르쳤다. 나라의 백년대계가 바로 올바른 교육에 있다는 것을 전장에서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교육자를 성직자와 같이 여기며 대접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지금에 이르러 교수님과 곡마단 단장이 저지르는 후세에 대한 퇴행사육은 그 방법에 차이만 있을뿐 맥을 같이하고 있어 두렵다.
2개월전 40년만에 처음 열린 국민학교 동창회에 참석한 일이 있었다. 우리의 6학년을 담임했던 선생님은 오랜세월 궁벽한 시골 국민학교를 전전하시다 마침 우리가 다녔던 바로 그 국민학교에 교장선생님으로 부임하시기에 이르러 어렵사리 모이게 된 동창회였다.
○선생님 우리선생님
40여명이나 되는 40년전의 제자들이 선생님께 드린 선물은 내외분이 쓰실 은수저 두벌이었다. 그 은수저 두벌을 받으시고 기쁘고 민망스러워 얼굴을 붉히며 어쩔줄 몰라하시던 우리선생님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어째서 몇사람의 탐욕으로 모든 선생님의 얼굴에다 오물을 끼얹는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 참으로 알 수 없어 어른된 것을 후회한다. 그리고 한햇동안 정부가 대학교육에 투자한 돈이 한 부도덕한 재벌회사를 구출하기 위한 특혜금융의 금액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이 사회에 키꼴만 멀쑥하게 웃자란 어른이란 이름으로 살게된 것을 후회한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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