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원리에 「법」개념 적용/노벨경제학상 로널드 코스의 학문적 성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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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기업은 “재산권 신장위한 결사체”/사회제도 존립 「경제문제」로 설명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빠짐없이 세미나에 참석해 후배나 제자들이 자칫 소홀하게 취급하는 경제의 근본적 문제에 관해 의견을 제시하곤 했던 미 시카고대 코스교수의 정열적 모습이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한 기억으로 떠오른다.
코스교수는 1964년께부터 시카고대학교 법과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경제학과·경영학과,그리고 법과대학 학생들을 가르치다 현재는 여든살을 넘긴 나이에 시카고대학 명예교수로 봉직중이다.
교스교수의 가장 큰 학문적 업적은 법의 적용에도 경제원리를 적용함이 타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데 있다. 우리는 흔히 법이라 하면 경제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법률문제는 기실 경제문제가 아닌 것이 거의 없다. 경제문제에 관한 법의 적용은 궁극적으로 재산권을 누구에게 얼마만한 크기로 부여하느냐 하는 문제가 되므로 코스가 이에 관해 관심을 지녔던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가령 예를 들어 요즈음 우리사회에서 문제로 등장하기 시작한 의료사고에 대해 보기로 하자.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경우 고의가 아니더라도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제 그런 경우 소송이 제기되었을때 우리는 흔히 의사는 가진자이며 환자는 약자이므로 의사나 그가 속해 있는 병원이 환자에게 상당한 보상을 해 줌이 타당하다고 믿는다.
이에 대해 코스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주장한다. 의사가 의료사고에 대해 지나치게 큰 책임을 지는 경우 의사는 진료사고에 대비한 보험에 가입하게 되고 사고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여러가지 임상실험을 실시하게 되며 그것이 결과적으로 의료수가를 인상시켜 가난한 환자들이 의료혜택을 받을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약자를 돕겠다는 판결이 오히려 경제적 약자를 해롭게 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법적용에 있어서 그것이 미치는 경제적 비용과 편익을 면밀히 분석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도록 하라는 것이다.
이밖에도 코스교수는 기업에 관한 경제이론을 발전시킨 공로를 지니고 있다. 그에 의하면 기업이란 경제주체들이 그들의 재산권을 가장 잘 보호하고 창달하기 위해 조직한 결사체라고 한다. 즉,분업과 전문화의 이점을 살리면서 개개인이 지닌 재산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고자 조직체를 결성한 것이 기업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업의 존립근거는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있으며,그렇게 하는데 유리하도록 조직을 구성하고,그에 맞는 생산방식을 도입하며,기업의 가치가 극대화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산권을 보호·신장시키기 위한 결세체가 기업이라고 보는 그의 견해는 사실 사회조직의 여타 형태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이며 특히 정부조직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견지에서 코스는 정부 역시 개개인의 사유재산권(자유권)을 가장 잘 보호할 수 있는 형태로 조직되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이런 주장은 자유주의에 바탕을 둔 시카고학파의 경제논리를 따르는 것으로 미국사회에서는 경제 및 법조계를 망라하여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와 같이 코스교수는 사회제도나 법률체계가 존립하는 경제적 이유를 밝히고 그러한 조직이 어떠한 경제논리에 따라 변모되어 나가는가를 설명하고 있어,사회제도나 기구는 그저 주어진 것으로 간주하는 근대경제학자들의 좁은 시야를 고쳐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법률체계를 정립하고 적용함에 있어서도 사회적인 비용과 편익을 합리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그의 연구는 법의 적용이 궁극적으로 재산권의 이전을 가져온다는 사실에 비추어볼때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이지순 서울대교수·미 시카고대 경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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