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생각에 회의는 뒷전/허남진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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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공천경쟁양상이 이전투구식으로 진행되는 것같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9일 민자당 당무회의석상의 몇몇 중진급 정치인들 역시 그런 대목때문에 주위의 안타까움을 샀다.
중량급 의원들과 당무위원들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지역구 얘기들을 불쑥불쑥 꺼내 정작 회의는 제 일을 뒷전으로 미룬 판이다.
『재벌회장이 고급음식점에서 선물을 돌리는등 저질의 무차별 사전선거운동을 하고있다.』
『현직장관이 7백여명을 상대로 호화파티를 여는등 과소비를 부채질하고 있는데 이는 깨끗한 선거풍토 조성에 역행하는 것이 아닌가.』
『모범지구당을 밑에 ××들이 문제지구당으로 보고했다.』
선거철을 앞두고 깨끗한 선거풍토를 유도하기 위한 대책회의가 아니라 의원입법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이법들은 간단히 처리되고 엉뚱하게 개인 불평들이 나온 것이다. 이들은 모두 자기 지역구에서 제3자의 도전을 받고 있거나 공천경합을 벌이고 있어 이들이 겨냥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너무나 뻔하다. 내 텃밭에 다른 사람이 씨앗을 뿌리려하는데 당이 왜 말리지 않느냐는게 본뜻임을 알 수 있다.
당무회의란 말 그대로 당의 중요정책을 결정하고 활동방향을 가름하는 최고의결기구다. 따라서 당무위원은 당내 가장 책임있는 경륜가·덕망가로 구성되어 진다.
이들이 모여 한다는 회의가 고작 자신들의 앞가림 문제라니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공천경쟁이란 언제나 있게 마련이다. 지역구가 누구의 전유물도 아니니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그 정도와 공정성의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제기한 것은 인신공격성의 욕설수준이다.
당원들에게조차 볼썽사납게 비칠게 분명하다. 오히려 자신들과 같은 입장의 하부당원들이 잡음을 낼 경우 무마시키는 노력이 그들의 위치에 맞는 역할일 것이다.
막후에서 치고받고 싸우든간에 공식회의에서는 그래도 할일을 제대로 해야될게 아닌가.
추곡가니 중요민생문제등 집권여당의 당무회의에서 황급히 논의되어야 할 사항들이 얼마나 많은데….
정치권 전반에 쏟아지는 국민들의 곱지 않은 눈길을 조금이나마 의식해 줬으면하는 바람이 정말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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