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성장 8%수준 유지/물가 한자리수 억제·경상적자 대폭축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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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노 대통령 연설 “실효성 있는 남북불가침선언 검토”
노태우 대통령은 9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제출에 따른 시정연설을 통해 『내년도 우리 경제성장률은 금년보다 낮은 8%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말하고 『소비자물가는 한자리수이내에서 보다 안정되고 경상수지도 적자폭이 대폭 감소,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대통령은 정원식 총리가 대독한 이날 시정연설에서 『국회의원 선거등 각종 선거가 예정돼 있어 물가관리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이나 강력한 총수요 관리대책을 추진,안정기조에 흔들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관계기사 2면>
노대통령은 『22일 평양에서 열릴 제4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남북한 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가 이뤄지기를 바라며 이를 바탕으로 남북한 정상이 하루속히 만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하고 『우리는 다각적인 교류와 협력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와 함께 실효성있는 불가침선언의 채택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노대통령은 『남북한이 서로의 발전과 번영을 돕는 민족공동체를 복원키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제,『우리는 북한의 협조가 필요하면 이를 요청할 것이며 북한이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면 기꺼이 돕겠다』고 밝혔다.
노대통령은 또 미국의 핵정책변화가 한반도등 동북아에서 군사적 힘의 공백을 초래하지 않도록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가는 한편 세계의 평화애호국과 함께 북한의 핵무기개발을 저지하는데 모든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강조했다.
노대통령은 내년도 공무원 봉급인상이 당초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처우개선·후생복지 등 생활향상과 근무의욕고취를 위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노대통령은 이와 함께 모든 공직자에 대해 신상필벌의 원칙을 엄격히 적용,깨끗한 정부를 구현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국민의 지탄을 받는 행정행태는 어떤 희생이 뒤따르더라도 불식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군살만 찌는 「과성장」 지양(해설)
내년도 성장률을 8%선에서 유지하겠다고 대통령이 언명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를 갖고 있다.
8%성장은 기본적으로 성장은 다다익선이 아니며 우리의 잠재성장률선에서 경제가 실속있게 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에 자리잡고 있다.
정부는 올해도 7∼8%의 성장을 목표했지만 상반기중 9.1%를 기록했고 연간으로는 9% 가까운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요즘처럼 내수과열에 의한 과성장이 경제에 헛살만 찌워 체질을 약화시킨다는 것은 정부 스스로 모르는바 아니고 따라서 늘상 경제효율화로 집약되는 체질개선을 부르짖으면서도 「고도성장」이 갖는 정치·사회적 매력때문에 이를 다 잡으려는 노력은 사실상 방기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8% 성장으로의 「하향」 조정의지는 유흥업소등 서비스분야의 과소비억제 및 건축경기 진정대책이 계속 추진되면서 수출을 강력히 뒷받침해주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정책의 초점이 맞추어질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요즈음 문제가 되고 있는 물가오름세나 국제수지적자 확대도 근본적으로 「적정」수준을 넘어선 성장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의 바탕하에 아직도 불식되지 않은 「성장제일주의」를 떨쳐버릴 마음의 준비도 되어있느냐가 문제다.<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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