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日·스페인 파병 철회 목소리 커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이라크에서 지난 주말에만 저항세력의 공격에 한국 근로자 2명과 일본 외교관 2명을 포함해 4개국 12명이 희생당하자 파병을 저울질해 오던 나라들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이번에 인명 피해를 본 일본.스페인에서는 파병 고수와 파병 철회 사이에 극심한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일 보도했다.

통신은 "한국 정부를 포함해 일본.스페인 등 피해국 정부들은 이라크에서 미국을 돕기로 공약한 데 대한 심각한 회의론에 직면했다"며 "미국의 동맹국들에서 이라크 안정화에 참여하는 위험 부담에 대한 우려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스페인에서는 이라크 청년들이 지난달 29일 숨진 정보부 요원들의 시신 일곱 구를 발로 걷어차며 환호하는 장면이 TV로 보도되자 불에 기름을 부은 듯 파병 반대 여론이 격렬해졌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스페인 야당들은 일제히 페데리코 트리요 국방장관의 사임과 함께 이라크에 파병 중인 1천3백명의 스페인군 전원을 즉시 철수시키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총리는 지난달 30일 마드리드 북부 토레혼 공군기지에서 희생자들의 시신 운구식에 참석, "이라크에서 철군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악의 길임을 잘 알고 있다"며 파병고수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

자위대 파병 시기를 놓고 시간을 끌어온 일본 정부도 이번 외교관 피살사건으로 궁지에 몰리기는 마찬가지다.

간 나오토(菅直人) 민주당 당수 등 야당뿐 아니라 연립여당내 공명당도 파병에 대한 반대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자위대 파병 반대 시위대 50여명이 도쿄 총리관저에 몰려가 "파병을 반대한다. 더 이상 희생도 필요없다"며 "미군을 지원하지 마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언론도 파병 반대 여론을 이끌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1일자 사설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는 이제 이라크의 현 상황이 지난 7월에 통과한 자위대 파병 특별법상의 전제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점을 솔직히 시인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가 이번 일본외교관 피살로 인한 정치적 부담 때문에 내년 7월 참의원 선거 때까지 자위대 파병을 재차 연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분석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그러나 "우리는 혼란을 야기하려는 테러리스트의 의도에 굴복할 수 없다"며 "일본 정부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정효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