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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잘 아는 사람이 차기 대통령 됐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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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무현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 인터넷신문협회 초청 ‘취임 4주년, 노무현 대통령과의 대화’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안성식 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27일 "정치를 잘 알고, 가치를 말하고, 정책을 말하는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인터넷 언론과의 회견에서 "특히 정치를 잘 알았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 영빈관에서 오후 3시부터 2시간30분간 열린 회견은 한국인터넷신문협회(회장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마련했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16대 대선이 있던 2002년에 만들어진 단체다. 오마이뉴스.프레시안.데일리안.이데일리.폴리뉴스.조세일보 등 16개 인터넷 언론사가 가입해 있다. 이날 회견은 방송인 김미화씨가 사회를 봤으며, YTN과 K-TV로 생중계됐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대선 정국에 파장을 미칠 수 있는 이 시점에서 (최장집 고려대 교수를 비롯한) 진보진영 비판에 나선 이유가 뭔가.

"대선 정국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는 생각 안 해 봤다. 최근 진보진영에서 제게 문제를 제기했는데 그 전제가 우리나라의 보편적 진보를 대표하는 가치와 논리에 근거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 조금 유감스럽다고 생각했다. 그 글을 쓰신 분들이 진보를 표방할 만한 균형점 위에 서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두 번째로는 아무리 읽어 봐도 어려워 이해를 못 하겠더라. 그래서 문제 제기를 했다. 진보의 범위가 어디까지고, 누가 진보고, 가장 대표적인 가치가 무엇이며, 그 가치가 국가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와 나란히 가고 있는가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어야 한다. 이걸 계기로 우리나라에 진보가 있다면 진보의 진로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겠는가."

-국민이 대통령의 진심을 몰라줘 섭섭하지 않나.

"솔직히 섭섭하기보다 참 소통하기가 어렵다고 느낀다. 국민에게 섭섭하다는 건 도리가 아닌 것 같다. 소통하기 어렵다, 갑갑하다, 답답하다 이런 경우는 많다."

-남북정상회담 추진설이 끊이지 않는다.

"북한은 개혁과 개방을 할 거라고 믿는다. 제정신 가지고 국가 운영하는 사람들이라면 그것 외에 길이 없다. 개혁.개방과 별개로 상대방이 나를 위협할 때 대응하기 위해, 또는 협상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거다. 정상회담은 안 될 일을 자꾸 주장할 건 아니다. 지금 상황은 북핵 문제와 북.미 관계 정상화를 해결하는 게 1차적이다. 그 문제가 해결 안 되면 남북 관계도 풀기 어렵다. 만나서 할 일 있다고 판단되면 저도 손을 내밀겠지만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닌 것 같다."

-초당적 국정 운영을 위해 중립내각을 구성하라는 요구가 있다.

"초당적 국정 운영이라는 말에 옛날부터 거부감을 갖고 있다. 진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적을 가지고 정치적 견해를 얘기하되 공정하게 행동하면 되는 것이다. 실제 그렇게 하지도 않으며 자꾸 중립이라고 꾸미려 해선 안 된다. 독재시대의 잔재다. 외국 어느 나라 대통령이 초당적 정치행위를 말하나. 오늘 (탈당계에) 서명해 줬지만 왜 위선적 구조를 요구하는가. 과거에 아닌 척하고 공작하던 시대의 유산이다."

-후임 총리 구상은.

"이 시점은 정치적 내각보다는 행정 실무적 내각으로 가는 게 맞는 시기 같다. 장관은 가급적 바꾸지 않을 생각이다. 그분들이 와서 정치적 행동을 하지 않았고, 공정성을 해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아침에 국무회의에서 통보했다."

-지지율에 신경 안 쓴다는 말을 했는데.

"지지율을 잃은 건 주로 제 책임이다. 정치적 역량이 부족한 게 첫째고, 또 국민과 저 사이에 소통이 굉장히 어렵다. 아내가 어디 가서 말실수 좀 하지 말라고 해 비서실에 말실수한 것 뽑아 달라고 부탁했는데 보니 예의 없이 마구 말한 건 아니더라. 앞으로 최대한 말을 조심하고 살려 한다. 그런데 자꾸 졸인다. 위축된다. 저 친구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지 잘난 척하고 목에 힘주고 다닌다고 할까 싶어…."

-강남에 주택 가진 사람들이 양도세 때문에 집 못 판다고 하소연한다.

"비싼 동네에서 싼 동네로 가면 된다. 저도 여의도에서 집 팔고 명륜동 오면서 돈이 남아 선거 비용으로 썼다. 부동산 정책을 흔들려는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퍼뜨리는 논리라고 감히 생각한다."

-온라인 민주주의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온라인 매체조차 없었다면 제가 이 정치무대에서 이만큼이라도 발을 붙일 수 있었을까 생각한다. 대선 때 사실 이미 끝난 후보였는데 인터넷에서 저를 다시 살려냈다. 요즘은 일반 대중 매체들의 왜곡을 좀 바로잡아 보자고 하는 견제 또는 대항매체로서의 장을 만들어 보려고 노력한다."

글=박승희 기자<pmaster@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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