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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노점상 대책 '시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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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황학동 벼룩시장 등 서울 청계천 주변 노점상을 강제로 '싹쓸이'한 서울시가 고민에 빠졌다.

지난달 30일 노점상 6백여명이 인도에 쌓아 두었던 물건(적치물)을 동대문운동장과 난지하수처리장 두 곳으로 옮겨놓았으나 노점상들은 1일 시청으로 몰려가 "생계를 보장하라"며 항의 집회를 계속했다. 다급해진 서울시는 노점상 1천2백여명 중 자진 철거에 협조한 '생계형' 4백여명은 동대문운동장 안에서 임시 영업을 허용키로 결정했다.

◇"반발"노점상=1일 오후 청계7가 삼일아파트 앞. 15년간 좌판을 펴고 완구를 팔아온 이명화(47)씨는 넋이 나간 듯 앉아 있었다.

李씨는 "도로와 멀리 떨어진 동대문운동장에서 장사를 하면 몇 푼이나 벌 수 있겠냐"며 발을 굴렀다. 반면 칼국수.라면 등을 팔았던 이혜선(50)씨는 "나도 엄연히 생계형인데 운동장에서조차 장사를 할 수 없게 됐다. 누군 되고 누군 안되냐"며 울먹였다.

노점상들은 청계천 주변에 풍물 거리와 상설 벼룩시장을 조성해 계속 영업을 허용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노점상연합 홍웅식 조직국장은 "노점상 대부분이 생계형인데 30%에게만 영업을 허용하면 나머지는 굶어 죽으라는 말이냐"며 "풍물거리를 조성해줄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당혹" 서울시=강제로 철거한 뒤 일부에게만 영업 공간을 내주려는 방침이 형평성 시비에 휘말리자 서울시는 "불경기 서민 생계를 고려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며 당혹해했다. 서울시는 청계천 노점상 가운데 절반 이상은 대형 포장마차처럼 규모가 큰 기업형으로 파악된 만큼 더는 영업 공간을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는 최근 청계천 주변을 아예 '노점 절대 금지지역'으로 지정했으며 앞으로 기업형 포장마차와 노점상은 서울 전역에서 계속 단속할 방침이다.

◇대안 없나=도시연대 김은희 사무국장은 "아무 대책없이 무차별 단속을 벌여 노점 압수→반발→과태료 받고 반환→또 장사 등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만큼 노점상 허가제나 등록제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블록 또는 거리 단위로 노점 규모와 수량.업종을 정한 뒤 영업권을 허용하라는 것이다.

경실련 김건호 간사는 "브라질 쿠리티바 시(市)처럼 수공예품.중고품 등을 팔고 거리 악사가 공연하는 일요 상설 벼룩시장 등을 만들어 관광상품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영유 기자<yangyy@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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