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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 떨어지는 '버스 중앙차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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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울의 한강대교에서 서울역을 잇는 한강로와 마포대교에서 시작하는 마포로는 교통 체증으로 몸살을 앓기 시작하고 있다. 버스 전용 중앙차로를 새로 증설했기 때문이다. 2004년 봄에 개통한 이래 2년 반의 경험을 축적했지만 서울특별시는 이 제도의 영향에 관해선 아직도 이렇다 할 객관적인 평가를 발표하지 않으면서 시민 세금으로 거액의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면 지금까지 건설된 버스 전용 중앙차로제는 당초에 선언된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 것인가. 필자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이 제도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실패 원인을 파악하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다.

필자는 버스 전용 중앙차로제의 첫 프로젝트인 삼일로가 개통된 지 1년이 경과한 후 그 경험을 분석한 바 있다. 먼저 서울시가 선언한 버스 전용 중앙차로제의 목적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버스의 전용차로를 중앙에 건설해 버스 진행 속도를 증가시킴으로써 승객들이 종전보다 신속하게 통근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었다. 둘째는 버스 전용 중앙차로제 실시로 인해 일반 승용차로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교통밀도와 정체가 가속화되고 불편을 느낀 일반 승용차 이용자들이 버스라는 대중교통을 더욱 많이 이용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일반 승용차로의 혼잡과 정체가 줄고 속도는 증가된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버스 전용 중앙차로제를 실시한 지 1년 후의 현실을 평가해 보니 첫째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됐으나 둘째 목적은 전혀 달성되지 않았다. 중앙차로를 이용한 버스의 속도는 다소 빨라져 버스 이용 승객들의 통근시간은 단축됐지만 일반 승용차의 이용을 포기하고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숫자는 늘어나지 않았다. 반면에 일반 승용차로의 교통 혼잡과 정체는 증가돼 전체적으로 버스 전용 중앙차로제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고, 서울 시민의 교통만족도는 떨어지게 됐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런 문제점을 분석해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버스 전용 중앙차로를 증설하는 전시행정을 되풀이해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

삼일로 버스 전용 중앙차로의 경우 전용 도로 건설비(130억원).운영비와 편익을 비교하면 서울시는 100원 투자에 1원70전의 낮은 투자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이렇게 저조한 수익률을 내고 있으면서 서울시는 전시행정의 타성에 젖어 버스 전용 중앙차로제를 계속 건설해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예산을 편성할 때 서울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예산안에 따르면 6개의 버스 전용 중앙차로를 증설하게 돼 있었다. 그러나 서울시장과 당적을 같이하는 다수의 시의회 의원들조차 이 제도에 문제점이 있다며 오직 두 노선의 증설에 필요한 예산만을 승인했다.

물론 버스 전용 차로제와 같은 사회 경제적 제도에 대한 비용.효과 분석은 자연과학의 분석과 달라 논쟁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버스 전용 중앙차로제의 투자 수익률은 너무나 저조하다. 평가 분석의 문제점과 오차를 인정한다 해도 이를 합리화할 수 없다. 더욱이 평가 분석에 사용된 통계수치들은 서울시가 자체 조사한 통계자료이기 때문에 논쟁의 여지가 없다.

서울시는 하루 빨리 왜 외국의 중소도시에선 성공한 이 제도가 대도시인 서울시에서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가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사업에 착수하고, 결과에 따라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계우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