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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비즈] "금융시장 세계경영 재가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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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대우증권은 한 때 세계로 뻗어가던 옛 대우그룹의 '젖줄'이었다. 동유럽 등지에 진출한 대우차 등 대우계열사들은 헝가리대우은행, 루마니아대우은행, 체코 대우리스 등 대우증권 현지 합작 금융사들과 힘을 합쳐 시장을 개척했다. 그러나 이들 합작 금융사들은 대우그룹의 폐망과 함께 모두 철수 또는 매각됐다.

그 옛 시절의 회복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 대우증권 손복조(56.사진) 사장이다. "다시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 놨습니다." 2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손 사장은 "지난 해까지 자본금 1조원 외에, 잉여자본 1조원을 축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재가동해 대우의 옛 영광을 되찾겠다"고 했다. 주식.채권 중개영업으로 명맥을 이어오던 뉴욕.런던.홍콩.도쿄의 사무소의 역할을 올해부터 해외직접투자와 상품개발의 전진기지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손 사장은 또 "올해는 해외 자기자본투자(PI)에만 1000억원 이상의 돈을 쏟아 부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해외 PI(140억원)의 7배가 넘는 금액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4월께 태국 항공기 산업에 200억원, 인도네시아 유연탄광에 300억원을 투자하고, 베트남에는 500억원 규모의 부동산 개발투자도 검토 중이다. 2분기 안으로 국내 최초로 남미 신흥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도 내놓을 예정이다.

손 사장은 이를 위해 지난해 9월부터 국제영업 부문을 강화해오고 있다. 도이치증권에서 해외주식 영업을 담당해온 양진씨를 국제영업담당 전무로 영입했고, HSBC에서 리서치만 16년을 맡아온 이정자씨도 국제리서치 담당 상무로 불러들였다. 손 사장은 "2~3년 안으로 국제 영업부문에서 국내 1위에 복귀한 뒤 외국계 증권사와 본격적 경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은 현재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자회사다. 1999년 대우사태 이후 주채권은행이던 산업은행이 출자전환을 한 때문이다. "구조조정이 끝난 회사는 매각돼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산은 자회사로 계속 남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국내에서도 골드만삭스와 경쟁할 수 있는 국제적인 증권사가 나와야 한다"며 "국가 전체의 이익 차원에서라도 산업은행과 대우증권이 손을 잡고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손 사장은 대우증권에서 동경사무소장, 기획재무이사, IT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대우사태로 물러난 뒤 2004년 6월 사장으로 대우증권에 돌아온 지 3개월 만에 5위권 회사를 업계 1위(주식중개 부문)로 올려놓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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