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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아닌 “남”으로 호칭/연 총리 유엔활동 표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평양서 준비한 연설문 내용/미 핵폐기 발표뒤 대폭 손질/리셉션장 우리 취재요청 거절
○…연형묵 북한총리가 유엔가입 기조연설을 행한 2일낮(한국시간 3일 새벽)유엔본부총회회의실에는 북한의 유엔대표부직원과 친북재미교포등 20명외에 다섯명의 외국인이 방청. 이들은 연설개시와 종료,그리고 도중 모두 다섯번 박수를 쳤는데 이때 연총리는 북한식으로 이들에게 맞박수를 쳐 각국대표들에게 생소한 분위기를 빚었다.
연총리는 30분간 계속된 연설을 시종 같은 톤으로 읽어 나갔으나,북과 남이 하나의 민족으로 단합을 이룩하는 민족통일을 이룩해야 한다고 말할 때와 남북이 두의석으로 들어가지만 곧 단일의석으로 통일된다고 말할때 억양을 높였다.
○…연총리의 기존연설문은 당초 평양에서 준비한 원고문을 많이 수정한듯 한글로 된 원고가 두가지 활자체로 혼합되어 있고 일부 페이지는 내용을 늘리거나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총리 연설문의 이같은 수정은 조지 부시 미대통령의 핵무기 폐기선언이 연총리의 미국도착후 발표된 것이라 이를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총 25페이지에 달한 연설문 가운데 원문이 살아 있는 곳은 『남북고위회담이 결실을 맺게 되면 최고위회담이 가능할 것』이란 부분등 몇군데에 불과.
연총리의 연설문은 자신이 읽은 한글원고에서 부시 미대통령을 『미국대통령 부시가…』로 경칭을 피한듯한 표현을 썼으나 대표단들에게 나누어준 영문원고는 「미합중국의 부시 대통령」으로 표기돼 있었다.
연총리의 연설은 또 「대한민국」이란 한국국명을 한번도 정식으로 호칭하지 않고 「남」이라고만 부른 것도 특징이다.
○…북한측은 마감시간에 쫓긴 한국기자들이 연설시작전 원고를 배포할 것을 끈질기게 요구했으나 처음엔 연설이 끝난 후,그리고 나중엔 연설이 시작되면 배포하겠다고 물러선후 연총리의 연설이 시작되자 한국특파원 가운데 한겨레신문 워싱턴특파원을 찾아 연설문을 전달했다.
북한대표단은 연설문을 미리 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급한 것은 그쪽 사정』이고 『평양사람보다 서울에서 먼저 보도하려하느냐』며 역정을 내기도 했다.
○…연총리의 연설은 국제평화문제·군축 및 핵문제·비동맹국문제 등 국제문제를 간략히 설명한후 연설의 대부분을 한반도문제에 집중,북한과 유엔문제·북한체제옹호·통일·유엔군 문제 등에 할애했다.
○…연총리가 유엔각국대사들과 출입기자들을 초청해 베푼 북한유엔가입기념 리셉션이 2일 오후 6시(한국시간 3일 오전 7시)부터 2시간동안 연총리숙소인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 힐튼홀에서 열렸다.
이 리셉션에는 하타노 요시오(파다야길웅) 주유엔 일본대사와 아프리카 일부국 대사등 외교사절,친북한 미주교포들,그리고 일본과 중국·미국기자등 2백50여명이 참석했다.
일부 교포언론인들이 초대를 받아 참석했으나 한국특파원들은 초청장이 없다는 이유로 입장과 취재를 거부당했다.
리셉션에 참석한 외국기자들에 따르면 연총리와 김영남 외교부장은 6시30분 허종문 유엔차석대사의 안내로 리셉션장에 입장,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악수를 교환했으며 많은 교포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이날 리셉션에는 일본을 비롯,미국등 서방국 대사들도 많이 초대되었으나 일본·중국·몽골·알바니아·이란과 일부 아프리카대사들을 제외하곤 대부분 참석을 하지 않았으며 피커링 미국대사와 벨기에 대사는 불참할 것을 한국대표부에 연락했다.
소련대사도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리셉션에 참석한 교포들은 주로 로스앤젤레스와 캐나다쪽 교포들이 상당수 차지했으며 친북한이거나 북한과 교류를 가져온 인사들외에 뉴욕 총영사를 지낸 윤호근씨(교포방송 KSC사장)와 상당한 교포실업인들이 참석해 주목을 끌었다.
북한측은 이날 리셉션에 한국대표들을 초청치 않았는데 한국측도 지난 여러 리셉션에 북한대표들을 초청치 않았다.<유엔본부=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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