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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호르몬제 에스트로겐 항암 효과 탁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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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의 경우 전립선암이하도 많다보니 경험축적도 많고 진료수준도 매우 높다.
그래서인지 미국 의사들은 전립선을 만지는 손끝의 감각이 뛰어나 초기의 병변도 쉽게 찾아내고 초음파영상의 도움으로 콩알만한 암의 중심부에 바늘을 찔러 조직편을 떼어내고 암세포를 찾아내는 기술도 우리네보다 분명히 한수 위에 있다. 따라서 전이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기에 시행하는 근치적 전립선절제술 같은 수술도 수없이 해내고 있다.
다행히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전립선암이 그리 흔치 않아 국민 암 순위의 중간이하 부분을 차지하는데 실제 숫자보다는 발견율이 낮은 것이 원인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이 전립선암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필자뿐만 아니라 모든 동료교수들의 일치된 견해다.
불행한 것은 환자들이 비뇨기과를 찾았을 때는 이미 다른 부위로 전이가 돼 배뇨곤란·빈뇨·혈뇨 등은 물론 전립선이 위치하는 주위의 골반뼈·대퇴골, 심지어 늑골·두개골까지 파괴된 상태이고 보니 그 통증이 말이 아니다.
이런 환자들을 치료하다 아주 간단하고 엉뚱한(?)수술(10∼20분 정도의 수술이고 요즘은 국소마취로도 가능하다)을 하거나 믿지 못할 정도의 싸구려 약을 하루에 몇 알씩 복용시켰더니 불과 며칠만에 통증이 싹 가시고 식욕이 증가하고 때로는 그 어렵던 배뇨가 순하게 풀리게 된다.
과연 어떤 수술이며 어떤 약이길래 이토록 효과가 있을까.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41년 미국의 허긴스라는 의사가 처음으로 개발한 고환절제수술과 여성호르몬의 하나인 에스트로겐이라는 약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 치료야말로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전립선암환자의 고통을 덜어주었고 생명을 연장시킨 것이다.
허긴스 박사는 그 공로로 노벨 의학상을 받았다. 그의 공로에 비하면 노벨상 정도는 하나의 점에 불과하리라.
그 기전은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립선암은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이라는 물질에 의해 발병되고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학설에 따라 남성호르몬의 제조공장인 양쪽 고환을 제거하거나 남성호르몬을 무력화시키는 여성호르몬을 투여하면 전립선압이 억제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전립선암이 이 호르몬치료로 효과를 보는 것도, 진행된 암을 완치시키는 것도 아니다.
단지 증상을 억제시키고 전신조건을 향상시키다 보니 생존기간이 상당히 연장되는 것이다.
다른 항암제들과 같이 토하거나, 빈혈이 오거나, 머리가 빠지는 일도 없다. 단지 유방이 좀 커지고 때로는 심장질환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탁월한 효과에 비하면 문제가 안 된다.
이 호르몬치료야말로 전립선암 환자에게는 생명의 등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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