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그림 값-최근 2년세 15배까지 "껑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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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그림 값이 턱없이 오르고 있다.
최근 2년새 인기화가들의 작품 값은 줄잡아 2∼3배씩 올랐고 일부 작고화가는 최고 15배에 이르기까지 했다.
이 같은 사실은 미술전문지『월간미술』이 89년3월과 91년9월 서울시내 화랑을 대상으로 거래 값을 조사해 비교 분석한 결과 나타났다.
국내 화가 가운데 현재 작품 값이 가장 높은 화가는 65년 타계한 박수근화백, 그의 유작은 엽서크기 만한 호당 가격이 1억5천만원을 웃돈다. 그나마 매물이 없어「부르는 게 값」이다.
화랑 가에선 1호 짜리라도 우수한 작품만 가져오면 즉시 2억원을 주겠다고 호언할 정도다.
이중섭 화백의 작품도 이미 호당 1억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연말 타계한 장욱진 화백의 3∼4호짜리 소품 한점 값이 1억2천만∼1억5천만원을 호가한다.
생존화가 가운데 가장 높은 값에 거래되는 화가는 서양화가 유영국씨 것으로 호당 1천만원에 이르렀다. 이밖에 박고우씨는 6백만∼7백만원, 김흥수씨의 것은 5백만∼8백만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
동양화가 가운데는 청전 이상범 화백의 작품 값이 가장 높아 전지(40호)작품 한 점에1억∼l억2천만원에 거래된다. 호당으론 따지자면 2백50만∼3백만원인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작품값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지금보다 크게 낮았었다.
작품 값이 가장 높은 박수근 화백은 89년엔 호당 2천만원 정도에 거래됐었다. 지난 2년새 7배를 넘어선 셈이다. 10여년 전인 78년엔 불과 1백만원이었고 30년전인 62년엔2천원 정도면 살수 있었다.
장욱진화백의 경우도 89년엔 불과 1천만원하던 소품값이 최근엔 1억2천만∼1억5천만원을 호가,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작고·원로화가뿐 아니다. 중견인기화가들도 3∼4배씩 올랐다. 서양화가 신양섭·이만 익·장순업·최쌍중씨 등은 호당 30만원에서 1백만원으로 뛰었고 동양화가 이숙자씨는 20만원에서 60만원으로, 박대성씨는 15만∼20만원에서 40만∼50만원으로 올랐다.
이처럼 그림값이 크게 오른 것은 지난 2년새 신실 화랑이 급증했고 부동산투기억제책 등으로 투기자금이 미술시장으로 몰린 때문으로 화랑가는 보고 있다.
89년말까지만 해도 50∼60곳을 헤아리던 서울시내 화랑들이 지금은 무려 2백곳에 이르고 있다.
이 화랑들은 화랑의 외형적인 구색을 갖추고 구매력이 높은 작품을 찾기 위해 너도나도 인기화가에 매달리게 마련.
인기작가와 작품은 한정되어 있고 이를 구하려는 화랑이 많다보니 자연히 그림 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일부 화랑주인들은 현금을 싸들고 인기화가 집 문턱에 늘어서 작품을 구걸하다시피 했다.
화랑은 인기화가의 작품을 팔 경우 화가로부터 대체로 30%정도의 마진을 받는 것이 관례다. 이 30%의 마진에서 경비를 충당하고 고객에게 10%정도를 깎아줘도 5∼10%의 실수익을 얻게된다.
l억원짜리 작품 한 점을 팔면 5백만∼1천만원의 실수익이 생기게되니 누구나 인기화가에게 매달리게 마련이다.
국내 그림값은 이처럼 화랑과 화가의 손에 의해 수요·공금의 시장원리에 따라 일방통행 식으로 흐르고 있다.
작품성보다 인기도와 상업성이 앞서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나라의 그림 값이 아직 비싼 것은 아니다. 일본의 경우는 호당 1억엔(약 5억5천만원)을 넘어선 화가도 있다.
다만 그림값이 경매제도 등에 의해 합리적으로 산정 되지 못하고 투기바람에 의해 춤추고 있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일부 인기화가들의 89년3월과 91년9월의 그림 값은 별표와 같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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