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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꿈과 낭만키울 대학촌이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명지대학교 용인캠퍼스가 들어선 용인군 용인읍 남리일대는 한적한 시골마을이다.
잔목 무성한 야산등성이에 대학건물만 우뚝 서있을뿐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서점·문방구·식당등 학생들을 위한 편의시설은 찾아보기 힘들다.
경부고속도로 신갈인터체인지에서 대학정문으로 이어지는 2km 진입로 양쪽이 모두 그린벨트등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 건물한채 지을수 없기 때문에 캠퍼스타운이 없는 기형대학이 설립된 것이다.
대학주변의 유일한 민가는 정문에서 3백m쯤 떨어진 야산기슭 덕골마을에 지붕을 드리운 농촌가옥들.
4백여명의 학생들이 농촌가옥 문간방등에서 불편한 하숙·자취생활을 하고 있다.
『대학이 마치 심산유곡속의 절간같습니다. 때문에 학생들은 등교할때면 「도닦으러 입산한다」, 하교할때면 「속세로 내려간다」 고 빈정거리기도 하지요.』
『밤이 되면 시내버스는 물론 택시조차 운행을 기피합니다. 때문에 급한 환자가 생기면 택시를 대절하거나 구급차를 불러 5km 떨어진 용인읍까지 수송해야 합니다.』
덕골마을 하숙생들은 한결같이 「대학촌이 없는 대학생활의 불펀함」 을 토로하며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이같은 불편함은 외대(용인) 경희부 (수원) 중앙대 (안성) 등 경기지역 지방캠퍼스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
대학촌이 없어 학생들이 겪는 또 다른 불편함은 대학주변 하숙촌에는 방범초소는 물론 보안등조차 없어 밤에 거의 외출을 할수 없다는 점이다.
경희대 수원캠퍼스 이모군 (22·체육) 은 지난 6월 용인읍에서 군에 입대하는 동료 송별회를 마치고 학교부근 하숙집으로 돌아오다 가로등이 없는 으슥한 골목길에서 불량배들에게 붙잡혀 현금 3만5천원을 빼앗기고 전치3주의 상처를 입는 폭행까지 당했다.
하숙촌주변은 경찰력이 미치지 않는 치안사각지대여서 학생들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불량배들의 폭행사건, 여학생추행사건등이 빈발하고 있다는 것이 학생들의 주장.
때문에 여학생들은 학교도서실에서 늦게까지 남아 공부를 하거나 수원·용인시내로 외출하고 귀가할때는 4∼5명씩 떼지어 몰려다니곤 한다.
학교주변 식당부족으로 학생들이 감수해야 하는 불편도 크다.
학교주변에는 인근마을 주민들이 폐차된 버스·대형천막등으로 간이식당을 설치, 우동·라면·떡볶이등 조잡한 음식을 판매하고 있어 위생상태가 불결한데다 일부 대학주반 식당주인들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부족한 점을 악용, 음식값을 멋대로 인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경희대 수원캠퍼스 총학생회는 학교주변 15개 간이식당주인들이 메뉴판을 공동제작, 1천5백원짜리 백반값을 1천8백원으로 올리는등 모든 음식값을 20% 인상시키자 2주동안 식당음식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들 식당외에는 이용할 곳이 없어 음식값을 일률적으로 1백원씩 내리는 선에서 합의를 보고 불매운동을 끝내야 했다.
이같은 지방대학 주변의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경기도는 지난 97년 4월 중앙대 안성캠퍼스 후문일대(내중리) 에 대학촌 조성사업 계획을 수립했었다.
사업비 43억원을 투입, 임야·농지등 7만여평에 대한 토지구획 정리사업을 벌이고 안성∼내리간(1·2km) 너비 8m 도로를 신설한다는 것이 경기도의 사업계획.
그러나 계획을 세운지 3년이 지나도록 사업추진은 제자리걸음이어서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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