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주식을 산다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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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에는 다양한 투자가들이 있다. 투자가들은 수익 추구라는 공통의 목적을 가지지만 이들의 주식 취향은 너무나 다양한 데다가 변덕스럽게 바뀌곤 한다. 기업의 내재가치를 계산하여 저평가된 주식을 찾는 사람들, 차트를 통해 미래의 주가흐름을 예측하려는 사람들, 위험없는 차익거래를 추구하는 사람들, 쉴 새 없이 흥정하며 주식을 사고 파는 사람들, 그리고 그러한 방법들을 혼합해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다양하게 모여있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동의할만한 매력적인 주식의 기준이 있다. 바로 내부 경영자가 사들이고 있는 회사의 주식이다. 모든 정보가 이미 주가에 100% 반영되어 있다는 극단적인 시장효율주의자와 모든 주가는 밀실에서 세력에 의해 좌우된다고 믿는 극단적인 수급주의자까지도 내부경영진이 사들이고 있는 주식이 매력적이라는 사실에는 동의할 것이다.

내부경영진은 자신이 경영하는 기업에 한해서는 최고의 투자가이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앞으로 회사의 매출과 수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중요한 계약들에 대해 누구보다 빨리 알게 된다. 뿐만 아니라 펀드매니저들이 자신의 회사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고 있다. 만약 내부경영진의 주식투자가 자유롭다면 주식투자의 승패는 오직 얼마나 내부경영진과의 연줄이 두터운가로 갈려질 것이다. 내부경영진의 주식매수 결과가 실패할 확률은 매우 낮다.

그래서 세계 각국의 증권거래소는 이러한 불공정한 사태를 막기 위해 각종 제한을 걸어놓고 있다. 공개되지 않은 정보로 수익을 얻은 경우 엄격히 처벌하고 수익을 환수하는 것은 기본이고, 주요 대주주와 경영진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변동에 대해 공시하도록 되어있다. 사실 회사의 경영진들은 굳이 자기가 경영하는 회사의 주식을 매수하지 않아도 소득증대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이 많다. 그럼에도 경영진이 내부자거래의 의심을 받아가며 번거롭게 공시를 하고 회사주식을 매수하고 있다면 이는 아주 매력적인 주식이 아닐까.

경영진의 지분변동 내역을 보고 싶다면 금감원 전자공시 사이트 (http://darf.fss.or.kr)에 접속해야 한다. 사이트에 들어간 후 검색 메뉴에서 [유가증권시장본부] 탭을 선택하고 [지분공시] 부분을 선택 후 검색하면 경영진의 지분변동을 검색할 수 있다.

다만 전자공시에서는 경영진의 매수 뿐만 아니라 증여와 매도 역시 검색되기에 하나하나 주의깊게 확인해야 한다. 경영진의 증여는 경영권의 양도나 상속을 위해 이뤄질 때가 많고 매도는 경영진의 퇴임이나 상속, 유고로 인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경영진의 매수 정보에 비해서 덜 중요한 정보다.

아래 기업들은 지난 한 달간 내부경영진이 주식을 매수한 사실을 공시한 기업중에서 깊이있는 분석없이 간단한 PER 지표만으로 선정한 기업들이다. 투자 성과로는 오히려 현재 지표가 나쁜 경영진 매수기업들이 좋을 수도 있지만 경영진 매입의 결과를 관찰하기에는 안정적인 기업들이 더 편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함께 기다려보자.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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