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봉명탄광 44년만에 “폐광”/매장량 바닥나고 수요도 격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모터·박스 공장 세워 부지활용
경북 문경에 있는 국내굴지의 봉명탄광이 석탄을 캐기 시작한지 44년만인 최근에 문을 닫았다.
석탄산업의 사양화로 89년이후 3년간 문을 닫은 탄광이 2백20개에 이르고 있으나 대기업이 운영하는 탄광의 폐광은 이번이 처음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국내 석탄산업의 위기가 이제는 대기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봉명탄광은 지난 47년 10월 이동녕씨(현 봉명그룹회장)가 정부로부터 탄광을 불하받아 석탄을 캐기 시작했다.
이곳의 석탄 생산량은 44만t(연평균)으로 국내 10대 탄광중 하나였으며 특히 ㎏당 5천5백㎉의 좋은 질의 산업용 석탄을 생산,70년대 제철산업이 발달하면서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당시 광원은 1천3백여명으로 문경일대에 살던 5만여명 가운데 상당수가 이곳에 근무했으며 1년 매출액은 1백50억원으로 지역사회경제는 물론 오늘날 봉명그룹을 키우는 밑거름이 됐다.
현재 봉명그룹이 아세아시멘트·도투락식품 등 10여개의 계열기업을 거느리게된 것도 봉명탄광에서 나온 이익 덕분이었다.
그러나 80년대들어 매장량의 고갈로 채굴깊이가 1㎞ 이상으로 내려가 작업능률이 떨어지는데다 연탄 보일러를 기름·가스보일러로 대체하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판매량도 격감,경영난에 부닥치기 시작했다.
특히 도급제로 운영되는 탄광과는 달리 일찍부터 광원들에 대한 월급제를 도입한 것이 경영난을 재촉한 원인이 됐다.
석탄을 캐는 양만큼 임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고정급을 주다보니 작업능률이 떨어져 1인당 하루 석탄생산량이 0.8t으로 전국평균 1.56t에 크게 못미쳤다.
봉명탄광의 지난 3년간(88∼90년) 누적적자는 1백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봉명그룹은 탄광 자리에 모터공장이나 농산물 포장용 박스공장을 세워 일자리를 잃게 된 광원일부를 흡수할 계획이다.<한종범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