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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도 … 경제도 … 중·일 '밀월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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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일본과 중국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밀월 관계에 들어갔다. 일본이 먼저 중국에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0월 첫 외국 나들이로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은 이를 '얼음을 깨는 여행(破氷之旅)'이라고 대환영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올봄 일본을 방문해 달라는 아베 총리의 초청을 수락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으로 냉각됐던 양국이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중국인들은 고이즈미 전 총리가 집권했던 기간을 '냉(冷)한 시기'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그동안에도 경제부문에서만큼은 일본의 대륙 공략이 중단되지 않았다. 일본은 중국이 개방된 이래 지난해까지 정부개발원조(ODA) 자금으로 3조 엔이 넘는 돈을 지원했다. 이 자금은 중국 내 인프라 건설 등 242개 프로젝트 건설에 이용됐다. 이 밖에 낙후지역에 학교를 지어주는 등 무상원조와 기술협력도 제공했다. 이런 자금 지원은 일종의 선행 투자였다. 일본 기업들이 중국 정부가 주관하는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2004년 미쓰비시상사는 중국 정부의 서부 대개발 사업인 '서기동수(西汽東輸.서쪽의 에너지를 동쪽으로 보낸다)' 프로젝트의 발전기계설비 독점 공급상으로 선정됐다. 이토추상사는 2005년 외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헤이룽장(黑龍江)성 지역의 석탄 채굴과 판매, 가스 재활용 분야에 진입했다. 스미토모상사는 지난해 연간 5000t 규모의 우라늄 생산공장 설립에 참여했다. 정부가 시장을 열고 기업들은 열매를 줍는 식이다.

반면 한국은 기업들의 직접투자 형식으로 중국에 진출했다. 중국에 대거 진출한 노동집약형 중소기업들의 경우 최근 중국 토종 기업들의 약진과 중국 정부의 환경 규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야반도주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역협회 베이징대표처 황규광 지부장은 "중국은 외국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기술을 이전하면서 예상보다 훨씬 빨리 한국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며 "한국도 저비용만을 노린 중국 투자에서 벗어나 좀 더 전략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양선희(팀장).이현상.권혁주.김창우(이상 경제부문) 기자

도쿄=김현기 특파원<(biznew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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