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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하면 어떠냐" "진보색 뚜렷이" … 노선 투쟁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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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002년 이들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반대한 공통점이 있다. 2007년 이들은 뿔뿔이 갈라졌다.

일부는 "한나라당이라고 안 되고 하는 것 없다"(고려대 최장집 교수)고 한다. "생각들이 많다. 쉽게 봉합될지 모르겠다"(지금종 미래구상 사무총장)는 게 이들의 현주소다.

바로 진보 진영 얘기다. 진보의 분열상은 17일 노무현 대통령의 '대한민국 진보 변해야 한다'는 글을 계기로 증폭됐다. 노 대통령은 '개헌'에 이어 '진보 논쟁'을 촉발해 대선 담론을 주도하고 있다. 2002년 하나였던 진보 진영은 2007년 왜 갈라지는 것일까.

◆재집권이냐, 야당행이냐=가장 뜨거운 논란은 한나라당의 집권을 용인하는지 여부다. 학계에선 최 교수가 꺼냈다. 그걸 손호철 서강대 교수가 이어갔다. 손 교수는 "(여권이) 사회적 양극화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 차라리 정권을 한나라당에 내주어야 한다"고 했다. 예전 진보 진영에선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얘기다. 예전 진보 진영은 '한나라당=수구(守舊)=악'의 인식이 있었다.

여권에서도 "야당 좀 하면 어떠냐"는 얘기가 나온다. 주로 노무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거론했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10년 집권하면 많이 한 거다. 야당 하면 어떠냐" "박근혜.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된다고 나라가 망하지는 않는다"란 발언을 쏟아냈다.

노 대통령은 부인하지만 "야당 할 각오를 한 것 아니냐"는 얘기는 이 때문에 나온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통합신당 모임을 이끄는 김한길 의원은 "한나라당에 (정권을) 진상하는 건 역사를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 대통령 실패" vs "민주화 과업 조기 달성"=최 교수는 "노무현 정부는 '민주 정부'로서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진보 진영의 상당수가 수긍한다. 여권에서도 "열린우리당의 정치 실험은 끝났다"(김한길)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 그 주변에선 펄쩍 뛴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는 참으로 많은 일을 했다"고 말해 왔다. 측근인 안희정씨도 "대통령이란 왕이 통치하는 나라에서 명실상부한 민주주의 나라가 되는 대공사를 해왔다"며 "역대 정부가 이루지 못한 일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노파인 이광재 의원도 "노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은 '낡은 정치 청산'이란 과업을 조기 달성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연합 전선 vs 투철한 좌파론=진보 진영은 막판 대역전을 꿈꾼다. 막판 대통합을 통해서다. 2002년 대선 때처럼 양자대결 구도를 재연하고 싶어한다. 여러 세력이 연합 전선을 형성, 한나라당에 대항하길 원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범여권이) 연합과 연대를 통해 하나 되기 위해 노력하면 국민이 거대 야당에 대항할 힘을 줄 것"이라고 한 게 그 맥락이다. 열린우리당의 신당파나 민주당.국민중심당 등의 통합 논의, 진보 모임인 '미래구상'의 발족엔 '반(反)한나라당 전선' 구축이란 공통 의식이 있다.

노 대통령은 여기에 냉소적이다. "지역주의 회귀"라고 보고 있다. 번번이 "도로 민주당" "지역주의 원심력이 작동하고 있다"고 제동을 걸기도 했다. 안희정씨는 "전통적 지지 기반을 회복하려 했을 때 가장 큰 문제는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반한나라당 연합이란) 명분과 노선이 애매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통적 지지 세력(호남.충청)의 수가 한나라당(영남)에 비해 밀린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손 교수도 연합 전선론에 회의적이다. 이들은 노 대통령의 문제가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 것'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진보 색채를 뚜렷이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민주 대 반민주 구도=노 대통령은 "형식적 민주주의,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를 두고 이광재 의원은 "노 대통령의 집권으로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는 끝났다는 게 노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최장집 교수도 "민주화가 됐는데 여전히 민주 대 반민주 구도를 얘기하는 건 유효하지 않다"고 동의했다.

그러나 지금종 미래구상 사무총장은 "민주주의가 완성된 듯 말하는 건 코미디"라고 반박했다. 정치권에선 재야 출신인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의장이 '민주주의' 얘기를 많이 한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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