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부도파문 점차 확산(경제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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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자·의류등 올들어만 7사/80년초 무더기 도산과 흡사
상장사들의 부도파문이 점점 증폭되고 있다.
흥양·미우·기온물산등 소규모의 상장사들로부터 시작된 부도파문이 아남정밀·백산전자·동양정밀등 꽤 알려진 중견상장사들로 번지더니 13일에는 상장사는 아니나 한국 화약그룹계열사인 고려시스템이 김승연 그룹회장의 긴급 지원으로 가까스로 부도위기를 넘겼다.
고려시스템은 김회장의 자형인 이동훈 제일화재보험 회장이 2년전부터 독립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으나 그룹과의 상호지급보증이 걸려있어 아직까진 한화그룹 계열사로 돼있다.
일부에서는 중동건설경기의 퇴조로 빚어졌던 80년대초 상장사들의 무더기 도산과 흡사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걱정한다.
86∼88년의 흑자기조가 퇴조하는 상황에서의 한계기업 정리과정이라는 것이다.
올들어 부도를 냈거나 위기에 처한 기업체들을 보면 몇가지 공통적인 문제점이 발견된다.
우선 업종이다. 7개의 도산기업중 동양정밀·아남정밀·백산전자·흥양등 4개사가 전자·전기업종이며,금하방직·기온물산·미우등 3개사는 섬유·의류회사다(작년 9월 법정관리신청을 낸 대도상사도 의류업종).
전자업종은 그 자체로는 선진형으로 분류되나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곤 생산방식이나 기술수준은 저급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의류업종의 경우 그동안 버팀목이 돼왔던 저임금의 매력을 상실하면서 중국·태국등 개발도상국 제품에 밀리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이같은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내수전환과 업종다각화를 꾀했다.
그러나 수출에서 실패한 기업이 내수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더욱 낮은게 상식이다. 국내판매의 경우 대리점 및 광고비등 당장에 들어가는 비용이 수출에 비해 3배쯤 많기 때문이다. 기온물산이나 대도상사가 대표적인 경우다.
업종다각화 또한 축적된 자본없이 추진되기 어렵다. 신규사업은 신규자금투입을 의미하며 자기자본이 아닌 외부차입에 의존하다 보면 높은 이자부담을 견뎌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남정밀과 동양정밀의 예가 여기에 해당된다.
여기다 최근의 부도사태는 88∼89년중의 무더기 기업공개도 한몫하고 있다. 중소업체의 도산은 경기호황기에도 있어온 일이나 최근의 문제를 특히 심각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상장회사의 부도가 많다는 점이다. 기업공개완화 정책을 타고 상장돼서는 곤란한 기업들이 상장된 탓이다.
한편 최근의 부도사태와 관련,금융당국은 『한계기업의 처리는 거래은행이 알아서 할 수 밖에 없다』는 원칙론을 고수하며 이같은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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