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뭉칫돈 한국도 달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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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한국투자 비중이 큰 해외 뮤추얼펀드로 올들어 속속 돈이 몰리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도 우리 증시에서 3거래일 연속 1000억원 이상 순매수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 증시가 전세계 주요 증시를 달구고 있는 글로벌 유동성이란 '순풍'을 본격 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계속되는 자금 유입=한국 투자분이 포함된 아시아-EX 재팬펀드.패시픽리젼 펀드 등 4개 해외 뮤추얼펀드를 통해 지난주에만 28억4000만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기간으로는 10주 연속 순유입 행진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들 펀드로 몰리는 자금의 증가세다. 올들어 불과 한달 반새 이들 4개 펀드로만 174억74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이는 2004년 이들 펀드로 들어온 1년치 자금 규모(178억달러)와 거의 맞먹는 것이다.

한국 투자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해외 펀드로만 범위를 좁혀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제 펀드조사기관인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순유출을 기록한 한국투자 명시펀드들이 새해 들어 이달 14일까지 1억1000만달러 이상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현대증권 변인섭 연구위원은 "간접투자 자금인 뮤추얼펀드와 더불어 외국인 직접투자 자금도 이달들어 순매수를 기록하는 게 긍정적인 변화"라고 진단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국에선 최근 2주 연속 글로벌 펀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중국.홍콩 등 범 중국권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는 이달 첫째주에만 4억4000만달러나 빠져나갔다. 이는 주간 기준으로 중국 관련 펀드 유출액으로는 가장 많은 것이다. 삼성증권 황금단 연구위원은 "지난주 중국투자 펀드의 자금 유출세는 다소 줄긴 했지만 지난주에도 여전히 60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며 "한국 증시가 반사 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 셈"이라고 분석했다.

◆ '돈의 힘' 수혜받을까=2004년 이래 중단 없는 세계 증시 랠리는 넘쳐나는 '돈의 힘' 덕이라 해도 큰 무리가 없다. 이런 글로벌 유동성의 힘은 올들어서도 여전히 전세계 증시를 뜨겁게 달구는 에너지원이 되고 있다. 미국의 다우지수와 중국 상하이 지수는 16일 종가 기준으로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일본 증시도 5주 연속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선임 연구원은 "최근 몇 년 간 이어진 저금리 기조와 넘쳐나는 유동성이 전세계 주식.채권은 물론 부동산과 상품 투자 시장까지 들썩이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글로벌 뭉칫돈이 부동산과 상품시장을 떠나 주식 쪽으로 쏠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 증시도 어느때보다 여건은 좋다. 그간 서울 증시를 괴롭혀온 '북한 리스크'도 6자 회담 타결로 수그러들었다. 게다가 주식값은 여전히 싼 편이다. 다만 21일로 예정된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여부가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본은행이 현행 0.25% 수준인 금리를 인상할 경우 저금리로 돈을 빌려 글로벌 시장에 투자돼온 앤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유동성 축소 우려는 그리 크지 않다. 일본이 금리를 0.5%까지 끌어올린다 해도 절대 수준은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미국 정책 금리와는 5% 포인트나 격차가 난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일본은행이 6년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했을 때도 글로벌펀드로는 되레 자금이 유입되는 모습을 보였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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