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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샤갈의 그림에서 영감 받았어요 음악으로 그린 그림이랄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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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른 아침 안개처럼 내게로 다가와/ 너울거리는 긴 머리 부드러운 미소로 속삭이네… 그녀만 보면/ 외롭지 않아/ 슬픈 마음도 멀리 사라져…"

1988년 말 당시 가요치고는 상당히 세련되고 파격적인 화성과 멜로디로 신선한 충격을 줬던 노래 '샴푸의 요정'을 기억하는지. 이 곡은 세션맨(베이시스트) 장기호(45)에게 보컬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90년대 그룹 '빛과 소금'으로 활동하며 '그대에게 띄우는 편지' '오래된 친구' 등 히트곡을 만들었던 그가 '키오(Kio)'라는 이름으로 솔로 앨범을 냈다.

앨범 타이틀은 '샤갈 아웃 오브 타운(Chagall out of Town)'. 영화나 그림을 본 뒤 느낀 감상을 음악으로 표현한 이른바 '이미지 앨범'이다. 노래를 들으면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고, 뭔가를 상상하게 된다는 물음에 그는 "그랬다면 내 의도대로 앨범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즐거워했다. 그가 샤갈에게 '꽃힌' 이유는 뭘까.

"샤갈은 강한 대비를 주는 중간색을 즐겨 썼는데, 내 음악 취향과 비슷해요. 곡을 쓰면서 1절과 2절, 후렴구를 어떻게 대비시켜 만들까를 늘 고민하거든요. 샤갈의 그림이 준 영감을 14곡에 빼곡히 채워넣었습니다."

타이틀 곡은 '왜 날?' 이지만 장씨 스스로 가장 만족하는 노래는 연주곡 '샤갈 아웃 오브 타운'이다. 샤갈의 부재로 인한 고독과 슬픔을 음악적 언어로 표현했다.

미국 유학을 거쳐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교수를 맡고 있는 그는 성인 취향의 가요가 빈약한 현실을 꼬집었다.

"트로트가 모든 성인의 음악적 기호를 만족시켜 주지는 못하죠. 저 같은 중년층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장르가 필요합니다. 리듬이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수준 높은, 그런 성인 취향의 음악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는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음악은 '콤포지션'이 아니라 '페인팅'이라는 생각이 굳어진다고 했다. 중견가수이자 교수로서 가요계에 따가운 일침도 던졌다.

"가요계가 기술적으로는 발전했지만, 본질적으로는 답보 상태에요. 연주 쪽은 좋아졌지만 작곡.편곡은 표절이나 발췌의 냄새가 많이 납니다. 엔터테이너가 아닌 아티스트가 더 많은 가요계가 돼야 할 텐데…."

그는 23, 24일 서울 역삼동 LIG아트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연다. 10년 만에 무대에 선다는 사실에 가슴이 설렌다고 했다.

"사실 저는 가창력 있는 가수가 아니기 때문에 노래도 연주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보컬보다 전체적 연주에 제 마음이 실려 있죠. '빛과 소금' 때보다 더 잘 다듬어진 편곡과 연주를 들려드릴게요."

글=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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