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논리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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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업자들에게 돈을 받은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여기 적혀있는 관리들은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을 끌고가는 인물들입니다. 이런 정도의 관리를 키우려면 돈과 시간이 엄청나게 드는데 이일로 해서 이들을 처벌하면 국가적으로도 손해입니다.
그러니 경고만 하시고 처벌은 거두어 주십시오」라는 식으로 말이에요.
진언이 어느 쪽이었든지간에 박대통령이 김실장의 생각을 받아들였던 것만은 확실하다.
3공권부를 거쳤던 많은 이들은 『김실장에 대한 박대통령의 신임은 고대피라미드의 돌처럼 오랜 세월 하나씩하나씩 쌓여진 작품』이라고 입을 모으고있다. 김정렴 각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몇사람의 총론을 들어보자.
먼저 경제수석·농수산부장관을 지냈던 정소영씨.
『똑같이 대통령의 사랑을 받았던 쓰루(김학렬)와 비교해보면 이런게 있어요.
양인은 모두 수재형에다가 능력에 있어선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들이죠. 쓰루도 대한민국고시 1회 수석이지만 김실강도 강경상업수석졸업에 일오이타(대분) 상고무시험입학의 경력이 있잖아요.
하지만 다른면에선 완전히 다르죠. 우선 박대통렁과 가까워진 모양새가 그렇잖아요. 쓰루는 같은 경상도에다가 혁명전부터 인연을 맺어 이미 「기본」이 있는거죠. 부인 김옥남여사의 청와대친교도 있고요. 쓰루의 일에 대한 열정, 해박한 지식이 박대통령을 사로잡았지만 다른 것도 있는 것이거든요.
그러나 김실장은 진짜 무에서 출발한 셈이죠. 출신도 서울이라 연이 없고…. 김실장은 순전히 성실성과 능력이 박대통령 눈에 든거예요. 정통 금융인(한국은행) 출신답게 치밀하고 정확하며 차분하고….』
청와대비서실장보좌관·경제수석·재무장관을 지내면서 김실장을 상사로 모셨던 김룡환씨(현민자당의원·대천-보령)는 권력학적 분석을 소개했다.
『김실장은 비서실장이란 존재의 본질을 꿰뚫었던 사람이에요. 우선 언제나 자기 자신을뒤로 숨겼죠. 그런 면에선 쓰루와 달라요. 쓰루는 자기를 슈퍼맨이라고 여겨 마구 앞으로 나갔으니까요.
그 비서실장이란 자리가 어떤 자리입니까. 대통령의 손과 발 아닙니까. 그런 자리에서 권력을 만지면서 자기를 내세우다보면 마찰이 안생기겠습니까.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주변과 파열음이 생기면 그 자리에 오래 못 있어요.
그리고 상황론으로 보자면 김실장은 시대가 필요했던 비서실장이에요. 60년대는 권력이 자리잡기위해 정치가 경제를 눌렀는데 70년대 들어와서는 유신도 있고해서 그렇지 않았거든요. 나라전체가 경제발전을 위해 내달리는 상황에서 경제통비서실장이 필요했던거죠. 김실장은 실제로 정치논리와 경제논리를 적절히 조종하면서 경제를 밀고 나갔어요.』<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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