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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클'에 휘둘린 포털 검색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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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신창원이 다시 탈옥했나?"

1999년 7월 검거돼 재수감된 탈옥범 신창원이 15일 인터넷 세상을 뒤흔들었다. 일부 네티즌의 '광클'이 빚은 소동은 포털사이트의 영향력이 날로 확대되는 디지털 시대에 검색어의 '상업적 오용'뿐 아니라 '여론 조작'의 위험성까지 경고하고 있다.

◆'신창원'을 세상으로 끌어낸 '광클'=15일 오전 3시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실시간 인기 검색어 1위에 '신창원'이 올랐다. 하지만 이는 네티즌의 집단 '낚시(상관없는 키워드나 제목으로 클릭을 유도하는 행위)'일 뿐이었다. 이날 새벽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접속해 있던 네티즌들이 "신창원을 검색 순위 1위로 만들어 보자"고 뜻을 모았고, 오전 2시 실행에 옮긴 것. '신창원'은 한 번 1위에 오르자 공통 화제에 동참하려는 네티즌의 클릭과 이를 기사화하는 인터넷 언론의 경쟁이 보태져 온종일 상위권을 유지했다.

◆검색어 인위적 조작 가능=매일 1100만 명이 들러 1억 개의 단어(네이버 통계)를 입력하는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 순위는 그날의 '사이버 화제'를 집약하는 창구로 인식돼 왔다. 특히 상위 10위권 키워드는 그날의 '넷심(네티즌의 심리)'을 가늠케 하는 풍향계다. 하지만 '신창원 광클'처럼 특정한 인원과 수고가 더해지면 검색어는 인위 조작이 가능해진다.

8일 오후 6시 본지 기자 등 20명이 뉴스나 이슈와 전혀 관계가 없는 '박연미'라는 키워드로 광클 실험을 해 보았다. 네이버 검색창에 반복 입력한 결과 15분 뒤 실시간 인기검색어 순위 8위, 3분 뒤엔 3위에 올랐다. 15일엔 접속자 수가 급증하는 오전 9시에도 비슷한 실험을 해봤다. 12명이 '우아니우'라는 단어를 집중 검색한 결과 50여 분 뒤에 '뉴스 실시간 검색어' 9위에 진입했고, 3위까지 치솟았다.

◆여론 조작까지 번지나=좋아하는 연예인을 띄우려는 일부 팬 문화에 그쳤던 이 같은 행위는 최근 들어 상업적 수단으로 확장되고 있다.

5일 네티즌의 최대 화두였던 '낸시랭 실종 사건'은 한 전자회사의 신제품 출시 기념 홍보 이벤트였다. 이에 대해 네이버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검색을 반복하는 특정 아이피를 차단하고 광고성 이슈 키워드에 대해 관리하고 있다"며 "연예인 생일 이벤트 등 검색어 1위 만들기에 동참하는 것도 네티즌 여론"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려대 언론학부 김성태 교수는 "네티즌이 '댓글 여론'을 이끈 데 이어 직접 뉴스거리를 만들어내면서 의제 설정까지 하는 상황"이라며 "상업적 이슈화나 대선을 앞둔 의도적 여론 왜곡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사평론가 김방희씨도 "검색 순위를 끌어올려 주는 전문 업체들이 등장해 '어텐션 비즈니스(Attention Business)'시장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강혜란.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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