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내재율 담아내 전환점 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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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중진 서양화가 김형대씨(55·이화여대교수)가 무려 23년만에 개인전을 열고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10일까지 갤러리 현대. (720)5000.
그는 이 전시회에서 단색조의 색면 위에 잔잔한 결의 흔적을 담은 『후광』연작 30여점을 선보였다.
『그동안 학교일에 쫓겨 작품발표를 활발히 못했던 자책감이 앞섭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에 매달린 결과 뒤늦게 개인전을 열고보니 새로 출발하는 기분입니다.』
그의 출품작들은 작가가 80년대 이후 여러 기획·그룹전등을 통해 발표해온 『후광』연작과 맥락을 같이 하면서도 커다란 탈바꿈을 보인다.
화면을 일정한 색채로 뒤덮는다는 점에서는 전작과 마찬가지지만 신작들을 통해 「빛」에 대한 접근과 수용을 추구하고 있다.
색면 위에 다시 색면을 덮고 그 위를 빗살처럼 일정하게 밀어냄으로써 은은하고 투명한 빛의 내재율을 표현하고 있다.
마치 발이나 창호지·삼베등을 통해 보는듯한 간접적 빛의 투과는 바로 우리 고유의 정서와 아름다움이 담겨있다.
『이번 작업과정에서 창작에 대한 열정과 보람을 새삼 맛보았습니다. 작가로서의 막바지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찾은 셈이지요.』
김씨는 지난 61년 제10회 국전에서 국전사상 처음으로 추상화작품 『환원B』로 서양화부문 대상을 차지했었다.
60, 70년대는 서예를 방불케하는 분방한 운필의 추상작업 『생성』 『심상』연작들을 발표해왔으며 한동안 목판화에 심취해 이때 익힌 전통적 서정이 이후 작품의 밑바닥에 깔려있다.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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