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산성능 좋아도 외제만 찾아 한심"|"중소창업지원 말보다 현실성있는 대책 절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무엇보다 시장개척과 자금구하기가 가장 힘들었어요.』
국내최초로 AC서보모터를 개발, 모터롤러를 생산하고 있는 우성정공(경기도파주군금촌읍)조명식사장(47)은 회사를 새로 세우는게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다고 말한다.
조씨는 지난 68년 한양대전자공학과를 졸업, 금성사·독일 필립폴스만사(81∼85년)등에서 20여년을 모터와 살아온 순수기술자.
지난 85년 독일에서 귀국, 현재의 성우정공자리에서 냉열기를 만들어 팔아오던중 87년 공장생산라인의 컨베이어등에 쓰이는 컨트롤러용 AC서보모터가 전량 일본에서 수입되고있는 것을 알았다.
AC서보모터는 DC모터등과는 달리 회전속도가 빠르고 속도조절이 자유자재로워야 하는등 기술적인 문제도 있지만 국내시장규모가 월4억∼5억원정도로 작아 국내 모터생산업체들이 개발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조씨는 집(서울불광동)지하실에 6평남짓한 연구실을 마련, AC서보모터개발에 들어갔다.
일제품을 뜯어보거나 전문서적을 들여다보는 한편 잠자리옆에도 공책을 준비해놓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모터 구조를 그려보는「칩거생활」끝에 지난 89년3월 개발에 성공했다.
1년동안 기술신용보증기금·중소기업진흥공단을 들락날락하며 받아낸 창업지원금 4억원에 냉열기공장에서 번돈 4천만원을 합해 지난해 3월 우성정공을 세웠다.
그러나 처음부터 국내 컨베이어업체들의 두꺼운 「불신의 벽」에 부닥쳐야 했다. 『개당 6만∼10만원하는 일본제품보다 20%정도 싼데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조씨는 1백여 컨베이어생산업체에 제품을 공짜로 보내고 직접 찾아다니며 제품설명하기를 1년, 최근에는 월매출액 1억원으로 국내시장의 20%를 갖게 됐다.
그러나 또다른 장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생산량을 늘리기위해 인근 3천여평부지에 공장을 증축하는데 많은 돈이 들어간데다 냉열기판매가 부진, 지난6월 「냉열기」쪽에서 4천만원의 부도가 나게 됐고 그 여파로 우성정공과 불광동집까지 기술신용보증기금에 압류당한 것이다.
『부도전에 담보서류를 들고 은행을 찾아다녔지만 대출받을수가 없었어요.』
무엇보다 조씨는 『액수도 적은데 부도가 나자마자 압류부터 하는 기술신용보증기금의 처사가 섭섭하다』고 털어놓았다.
다행히 컨트롤러의 매출이 신장, 상당분의 은행빚을 갚아 큰 고비는 넘겼다.
또 최근에는 기술신용보증기금측에서 『공장설립자금을 빌려주겠다』는 연락도 받았다.
『정부는 기회있을 때마다 중소기업육성과 창업지원을 얘기합니다. 그러나 실제현장에서 일어나고있는 애로사항을 파악, 현실성있는 대책을 마련해주는게 더 시급합니다.』
조씨는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후배 경영인들이 되풀이해 겪지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오임영기자 사진 조용철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