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이뤄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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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연내 정상회담은 이뤄질까.

14일 남북한이 7개월간 중단됐던 남북 장관급 회담 채널을 복원키로 함으로써 그 다음 수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북 간 채널 복원은 베이징(北京) 6자회담이 합의문을 끌어낸 뒤 하루 만에 이뤄졌다. 마치 남북 당국이 손발을 맞춘 것처럼 빠른 반전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4일 "장관급 회담은 정상회담으로 가기 위한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향한 첫 디딤돌이 6자회담 타결이었다면 장관급 회담 재개는 그 다음 수순이란 얘기다.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6자회담 타결이 정상회담의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어떤 조건들이 충족되면 정상회담이 가능한 것일까. 정부 당국자들은 ▶6자회담의 합의 실천과정 ▶남북대화 진전 속도 ▶한.미.일 간 의견 조율 3개 조건을 꼽았다.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날 '정상회담 조기 개최론'의 총대를 멨다. 정 전 의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올 4월까지 북한의 핵폐기 조치가 확인되면 정상회담의 모멘텀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럴 경우 "5월이 적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전 의장은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됐던 정상회담 추진의 내막을 소개했다. 정 전 의장에 따르면 남북 정상회담은 원래 '2005년 9월'을 목표로 추진됐다. 남북 간에 회담 장소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그 기간 중에 있었던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이 발표되자마자 미국은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관련 계좌를 동결했다. 북한 역시 강경 대결자세로 맞서 핵실험까지 강행하기에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남북 정상회담 얘기는 설익은 상태로 땅속 깊숙이 묻혔다.

결과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의 시계추는 17개월 전인 2005년 9월 당시로 되돌아간 셈이다. 그때와 차이가 있다면 북한이 이제 핵실험 국가가 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일단 남북 장관급 회담과 군사회담 등 각종 대화 채널을 복원할 계획이다. 정상회담 개최를 염두에 둔 정지작업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남북대화의 진행 속도에 따라 정상회담 추진 시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남북 장관급 회담이 열리면 그동안 중단됐던 쌀.비료 지원 재개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6자회담에서 북측의 핵시설 폐기 시 주기로 한 중유 100만t(3000억원 상당) 중 한국이 내야 할 비용과 별도로 쌀.비료 지원을 하겠다는 얘기다.

200만㎾ 전력 공급이나 대규모 경협은 남북 정상회담의 추진 카드로 남겨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선 북핵 문제가 해빙 무드를 타면서 정상회담 물밑 추진설이 다시 나돈다. '열린우리당의 L의원이 은밀하게 준비팀을 가동 중'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그에 따라 한나라당에선 '북풍(北風)'경보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12월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앞으로 대북 퍼주기 지원 논란과 함께 정상회담의 정략적 의도를 놓고 뜨거운 논란을 벌일 전망이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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