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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폐기물 처리장 선정|『밀실행정』벗고 여론수렴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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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해의 안면도사태이후 조용했던 방사성폐기물처분장 건설움직임이 최근 수면하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 5일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재추진 소문에 또다시 안면도주민들이 집단반발을 보이는 가운데 방사성폐기물처분장건설을 더이상 미룰수 없다는 정부방침이 대국민홍보를 통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현재 정부의 용역으로 서울대등 전국5개대학이 지역별로 방사성폐기물처분장 후보지를 물색하는 한편 지역주민의식조사를 통해 주민들에 대한 홍보활동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정부는 최종부지선정을 올연말까지 끝내고 적어도 내년에는 착공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세우고있다.
지난해11월 충남안면도에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3만여주민들이 격렬한 반대시위를 벌였던 안면도사태는 시위주동자가 구속되고 과기처장관이 경질되는등 파란을 일으키다 결국은 정부의 「전면백지화방침」으로 수습됐다.
그러나 이 사태는 단순히 안면도에 대한 방사성폐기물처분장 건설을 무산시켰다는 결과에 그치지않고 다른나라의 일로만 여겨지던 반핵운동을 국민들의 중대한 관심사로 떠오르게 했다. 더구나 정부의 밀실행정에 대해 국민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계기가 됐다.
이로인해 방사성폐기물처분장뿐 아니라 원전건설등 정부의 전반적인 핵드라이브정책에 큰 타격을 입혀 최근까지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나 원전후보지로 검토되고 있다는 소문만 나도 해당주민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등 집단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올여름 원전의 불시정지로 인한 제한송전등 여러 사정으로 전력사정이 악화되자 원전건설의 필요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 포화상태에 이른 방사성폐기물을 저장할 장소가 시급히 필요해지자 폐기물처분장 문제는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게 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원자력관련 캠페인·세미나·공청회등 대국민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고육지책으로 방사성폐기물처분장과 원전부지를 DMZ(비무장 지대)·무인도·폐광까지 고려하는등 방안을 짜내고 있다.
방사성폐기물은 방사성물질 또는 그에 의해 오염돼 폐기의 대상이 되는 물질로 원전의 운전, 방사성동위원소의 이용등을 수행할때 발생하는 장갑·휴지·방호복·주사기·부품등이 이에 해당된다.
보통 방사능의 세기에 따라 고준위폐기물과 중·저준위폐기물로 분류하는데 고준위폐기물은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한뒤 나오는 폐기물이다.
현재 원전에서 발생된 사용후 핵연료는 정부가 아직 재처리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각 원전의 중간저장시설인 철근콘크리트저장수조에 저장되고 있다.
그러나 사용후 핵연료의 저장능력은 고리1호기및 월성1호기를 필두로 전원전이 90년대중반이면 한계에 도달할 형편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사용후 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을 97년말까지 건설해 중앙집중식으로 관리할 계획을 세우는 한편이때까지 저장능력이 부족한 원전은 부지별로 저장능력을 확장할 예정이다. 고리1호기와 울진1호기는 고리3호기와 울진2호기의 저장시설을 사용하고 월성은 새 저장시설건설을 추진중이다.
장갑·방호복등 상대적으로 방사선함량이 낮은 중·저준위폐기물은 각원전 자체적으로, 액체폐기물은 수집·증발과정을 거쳐 시멘트로 고화시키고 고체폐기물은 수집·압축해 2백ℓ의 강철제드럼에 넣어져 임시저장고에 저장된다.
중·저준위폐기물 저장능력은 고준위폐기물보다 더욱 심각하다. 3만2천9백6드럼의 저장능력을 가진 고리원전(1∼4호기)의 경우 지금까지 2만4천3백90드럼이 들어찼으며 올연말까지는 완전히 포화상태에 이르게 되며, 울진원전(1, 2호기)도 93년에는 저장시설(5천드럼)이 모두 찰것으로 보고있다.
월성과 영광도 90년대중반이면 한계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는 이에따라 95년까지 각원전의 임시저장고에 있는 중·저준위폐기물을 한곳에 모아 관리하는 방사성폐기물영구처분장을 건설키로 했으며, 그때까지 저장능력이 부족한 원전은 임시저장고를 증축하는 방안을 세웠다.
그러나 안면도사대로 영구처분장건립이 무산된테 이어 임시저장고 증축계획도 주변지역주민들의 반발에 부닥쳐 착공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88년 「방사성폐기물 관리방침」과 「방사성폐기물 관리 장기사업계획」을 확정한데 이어 부지선정을 추진했던 정부는 89년3월 경북영덕·울진·영일일대와 90년11월 안면도지역에서의 부지확보 실패로 저장고건설은 커녕 부지후보지선정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
이에따라 정부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사회각계각층을 대상으로 설명회·세미나·공청회를 개최하고 원전시설 시찰을 주선하는등 국민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있다. 또 서울대를 비롯해 충남대·대구계명대·전북대·관동대등 5개대학에 용역을 줘 각지역의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부지의 후보지를 선정케하고 지역주민들의 의식조사와 시민공개토론회를 개최해 기역주민과의 공감대를 넓힌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부지후보지선정은 지질학적측면(지하수와 상수원관계, 지층능력, 천재지변에 대한 방어능력등) 과 사회적측면(교통망·주변시설·인구분포등)을 고려해 임해지역이면서 동굴처분방식에 적합한 지역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과기처는 지난87년 원자력연구소가 선정한 25개부지(동굴처분 23개, 30까이내의 지표면에 매립하는 천층처분 2개)를 기본으로 조사한뒤 10월말까지 이중에서 4∼5군데를 결정하고 빠르면 11월말까지 최종후보지를 선정할 계획을 세우고있다.
지난25일 안면도에서의 지역주민 집단반발도 충남대에서 용역사업의 하나로 행한 의식조사활동과정에서 빚어진 일이었다.
원자력연구소 관계자는 『충남대의 의식조사 활동은 안면도사태이후 지역주민의 의식변화를 조사하는 단순한 학문활동이었다』며 『지난6월 원자력위원회에서 백지화결정을 한 상태에서 지역주민들이 유치요청을 하지않는 이상 재추진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충남대의 의식조사 결과 대부분의 주민들이 지난11월 안면도사태 때는 방사성폐기물처분장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분위기에 편승한 면이 다소 있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안면도주민들이 천수만일대의 간척사업으로 어패류가 집단폐사하는등 양식장이 폐장돼 지난해 3만5천여명의 주민중 일거리를 찾아 육지로 이주한 수민들이 1만5천여명에 달하고 있다는것.
원자력연구소측은 10월말까지 결정될 4∼5군데 후보지에서 최종후보지를 결정하는 과정은 거의 지역주민의사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주민과의 협상과정에서 내놓을 지역지원사업은 지원법이 따로 만들어지지않아 발전소지역 지원사업(5㎞반경내지역에 연10억원지원)에 준용해 활용할 방침인데 공공사업등 주민숙원사업·주민소득증대사업·육영사업등이 고려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의 원전주변지역 주민들도 이와 유사한 보상을 원하는 점과 5㎞지역밖의 주민반발 공공사업보다는 개인적인 직접적 보상을 요구하는 상당수의 주민들을 무마시키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지자제가 활성화되고 내년에 예정된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는 방사성폐기물처분장 건립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덕=이원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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