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崔대표 "지금 중요한건 대통령 정상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 단식농성중인 한나라당 최병렬대표가 28일 당사를 방문한 열린우리당 김원기 상임의장과 김근태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서울=연합]

[#2신] 김원기 의장,김근태 대표 위로 방문

오전 11시30분쯤 열린우리당 김원기 공동의장, 김근태 원내대표, 김덕배의원이 최대표를 위로 방문했다.최대표는 김의장과 김대표를 바로 옆자리에 앉히고 특검 등과 관련한 최근 정국에 대해 논의했다.

다음은 주요 대화내용 요약.

▶김근태=내가 석고대죄 단식을 너무 잘못 시작해서.

▶김원기=최대표가 단식부터 풀어야 대화도 하고 하는데.

▶최대표=(거의 들리지 않는 속삭이는 듯)정치 상황이 한심하다. 어느정도 나라가 돼야지, 이렇게 가서는 안되겠고 상황이 워낙 심각하다.나라를 이런식으로 운영해서는 안된다. 이미 국회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 통과된 것을 거부한 것은(이해가 안간다). 이것도 본인이 재신임까지 요구했던 측근비리에 대한 것 아니냐. 정말 떳떳하게 받아 측근비리는 특검에서 하고 대선자금은 중수부에서 하고 해야하는 것 아닌가. 미군이 빠져나가고 경제가 망하고 대통령이 열린우리당하고 한나라당하고 이런 것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

▶김원기=최대표가 단식하고 있는 이자리에서 이러고 저러고 구체적인 주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다른 얘기는 안하겠다.최대표가 얘기하는 그런 얘기는 단식풀고 대표간에 만나서 협의하고 해결할 수 있다.우리하고도 대화하고 대통령하고도 대화할 기회가 있으리라고 본다.

우선 건강에 이상 없도록해달라.대표가 단식하고 있으니까 문제 푸는데 지장있다. 단식 풀고 진지하게 상의하자. 대통령과도 대화하고 대통령도 그런 생각이다. 좌우간 제일 급한 것은 국회 과반수를 지닌 중요한 대표가 건강 잃어서는 안된다. 빨리풀고 대화하자.

▶최대표=제일 쉽고 좋은 방법은 대통령이 철회하는 것이다.

▶김원기=대통령과 만나서 얘기하면 대화될 것. 과반수 정당 지도자가 건강해야 해결된다.

▶최=나도 평생 살면서 이런 것 하리라고 생각해보지 못했다. 오죽하면 이렇겠나.

▶김근태=내가 만 사흘했는데...만 사흘만 하시라

▶최=풀도록 빨리 노력하자

▶김근태=어제 헌재에서 재신임투표에 대한 헌소를 각하했다.여기에 대해서 진지하게 토의할 생각이다. 현재 정국 엉클어지는데 계기가 된 문제로 전향적으로 해결하자는데 공감한다.

▶최=모든 시발점은 대통령이 철회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여야와 국정쇄신위해 힘 합쳐야 한다.

▶김근태=국민이 제일 바라는 게 정치개혁이다.국회가 마비되니 정치특위도 안 움직이고 정치개혁이 무산되면 정치상황이 무서워진다.

▶최=먼저 대통령이 철회하면 된다.우리는 정치개혁에 대해 확고한 생각 가지고 있다.

▶김근태=동시 병행하자.

▶김원기=평민당때 DJ하고 나하고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수사를 받은 적 있다. 그때도 여야간 대화는 했다.

빨리 신뢰갖고 대화하자. 제 1당 지도자가 빨리 단식 풀고 모든 것을 해보자. 주변에 계신분들이 강제라도 풀게해야 한다
(주변 웃음)

▶김근태=보온을 잘하고 감기 안걸리도록 하라.

▶최=열린우리당이라 열린 마음인 것 같다. 대통령께 철회건의해 달라.

▶김근태=감기조심하고 일교차 크다

▶김원기=홍총무가 빨리 하라

▶홍총무=대통령 좀 움직여달라.

[1신]

노무현 대통령의 특검 거부에 반발, 사흘째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28일 오전 피곤하고 기운없는 표정이 역력했다. 전날만 해도 방문객들이 오면 일일이 일어섰으나 이날은 반쯤만 일어서서 악수하고 도로 앉았다.

최 대표는 이날도 옅은 회색의 트레이닝복 하의에 흰 면티와 잿빛 가디건을 입고 있었다. 면도는 하지 않았으나 그다지 거뭇거뭇한 얼굴은 아니었다. 최 대표 옆에는 5백ℓ짜리 물통 하나와 물컵, 그리고 스테인레스로된 소금통이 놓여 있었고 단식 및 건강 관련 서적과 일본인이 쓴 『세계는 지금 어디로 가는가』라는 책도 있었다. 핸드폰으로 쓰는 PDA도 옆에 보였다.

최 대표는 가끔 잔기침을 하면서 피곤한 기색으로 기자들의 질문에도 잘 대답을 하지 않았다. “괜찮냐”고 묻자 “괜찮다. 오늘 내일이 힘들다고 하던데…. 힘이야 들지”라고 힘없이 대답했다. 곁에서 임태희 비서실장이 “말씀 많이 안하시게 하는 게 좋겠다. 오늘부터는 외부인사 방문도 시간을 나눠서 하려고 한다”며 거들었다.

다시 기자들이 “민주당 대표 경선하고 당론으로 (특검을)재의결 하면 추진하겠냐”고 묻자 최 대표는 “대변인한테 물어보라”고 했다. 이회창 총재이 방문할 지에 대한 질문에는 “어제 통화했는데 뭘”하고 답했다. 면도는 안했냐고 하자 “안했다.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최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외부인사들을 상대로 장시간 얘기하던 것과는 달리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상황 등에 다소 지친 얼굴을 하며 5분 만에 “이제 그만하지”라고 말했다.

이때 한나라당 후원회장인 나오연 의원이 들어섰다. “고생 많다”며 격려하자 최 대표는 반쯤 일어선 상태로 악수를 하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어 이경재·원유철·이원형·윤여준 의원들이 들어와 인사했다. 이경재 의원이 최 대표와 악수를 하고 난 뒤 “아직도 손아귀에는 힘이…”하고 농담을 건네자 최 대표는 “힘이 좀 빠진다”고 답하기도 했다. “소금은 얼마나 드시냐”는 질문에는 “조금씩 먹는다. 많이 먹으면 안된다고 하더라”고 답했다.

이어 기자들의 질문에 최 대표는 “지금 이 시점에서 국회 정상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통령 정상화”라며 단식투쟁의 의미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다음은 이어진 기자들과의 대화 내용.

-한나라당의 투쟁방식에 대해 비판 여론도 있는데.
“(바로 옆이 아니면 듣기 힘들정도로 작은 소리로 속삭이듯)애초에 각오하고 시작한 것이다. 언론의 비판,여론의 역풍 이런 것도 각오했다. 언론에서 좀 제대로 방향 잡아줘야 하는데…. 나라가 이렇게 가면 안된다. 국회 정상화는 물론 필요하다. 지금 이시점에서 국회 정상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통령 정상화다. (약간 목소리가 커짐)역대 이런 대통령이 언제 있었나.국가가 총체적으로 주저않는 상황에서 정치게임만 하고 있다. 언론도 코앞에 닥친 문제들만 부각시키는 것을 보는데 물론 당연하다. 불만없다. 방송·신문다 그런 분위기다. 여론이 다 우리편이 될 수 없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이대로 끌고 가도 되는지에 대해서 다뤄지길 바란다. 이번에 대통령이 안면몰수하고 제자신의 측근비리 특검 거부하는 것도 대통령이 나라 형편 얼마나 잘못보고 있는지 걱정이다. 조금이라도 나라 형편 걱정한다면 검사가 하나 특검이 하나 어느게 난 가는 견해가 다른 건데 국회 2/3가 특검이 낫다고 보냈으니까 또 자신도 재신임까지 받겠다고 했으니까 그럼 대통령이 떳떳하게 그렇게 특검하자, 대신 대선자금은 대검에서 하자고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지금 한미관계,부안사태,국론분열되고 반목하고…. 야당에 대해 수준낮은 비아냥이나 늘어놓고 이게 대통령이 할 짓이냐.나는 그런 부분이 언론에 의해서 정면으로 다루어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잘 이해가 안간다. 기사쓰고 사설쓰는 사람들은 뭐하고 있나. ”

-여론조사 보면 거부권도 잘못이고 한나라당도 잘못이고 그래서 국회재의결 통과가 맞다는 의견이 많은데.
“국민의 합리적 판단이다. 국민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 정기국회 마비. 지금 언론 환경이 칼럼,사설,보도,방송프로등이 일방적으로 그런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 여론의 시각도 당연하고 합리적이다. 그러나 더 깊은 곳의 문제를 언론이 다뤄줘야 한다. 뒤늦으면 늦다. 나라가 무너진다. 국회 정상화보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 정상화다.”

-재의결 가능성은.
“국회가 3분의 2로 통과시킨 법안을 대통령이 국회로 집어던진다면 나름대로 계산이 있어서다. 그게 뭐겠나. 그런상황이 있어서 선뜻 재의결에 나설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뻔히 재의결되서 돌아갈 것을 알고도 그러겠나. 아무 수도 없다면 그러겠나. 그게 문제다. 민주당측이 당론으로 결정할 경우 재의결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일을 미리 가정해서는 뭐라 말 못하겠다.”
강갑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