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음악파일 복제 허용 공방' 가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음악파일 불법복제 방지 기능을 없애버리자. 그게 음악 산업이 발전하는 길이다."(스티브 잡스 애플사 최고경영자)

"불법 복제가 더 판칠 것이기에 절대 안 된다"(에드가 브론프먼 2세 워너 뮤직 회장)

디지털 저작권 보호장치(DRM.Digital Rights Management) 적용을 둘러싸고 온라인 음악 공급업체와 음반업계 사이에 논쟁이 한창이다. DRM은 음악파일 같은 디지털 콘텐츠의 무단사용을 막아, 저작권자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해주는 기술.서비스를 말한다.

불법복제 방지와 다운로드 제한 등이 핵심으로 업체마다 다양한 DRM을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DRM이 적용된 음악파일은 특정 MP3플레이어에서만 들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애플의 온라인 음악사이트 아이튠스에서 내려받은 음악파일은 아이팟에서만 들을 수 있다.

◆ 논란의 불을 지핀 스티브 잡스=스티브 잡스는 최근 애플사 홈페이지에 올린 '음악에 대한 생각'이란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DRM으로는 음악파일의 불법 복제를 막기 어렵다. 음악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없애자." DRM 제거 논쟁에 불을 지핀 말이다.

아이튠스에서 판매하는 음악파일을 다른 MP3플레이어에서 들을 수 없는 것은 유니버설뮤직.EMI.워너 뮤직 등의 메이저 음반사의 DRM 정책 때문이기에 DRM을 없애 누구나 편하게 어떤 기기에서라도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음반사들이 저작권 보호 명목으로 디지털파일에 DRM을 적용하지만 실제 상당수의 네티즌이 불법복제 파일을 이용하고 있어 실효가 없다는 게 잡스의 주장이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매한 음악파일 사용에 제한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 이런 제한이 없어지면 소비자들의 합법적인 디지털 음악 구매가 더 늘 것이기에 음반사에도 도움이 된다고 잡스는 주장한다.

◆ 음반사 반대 속 변화 움직임도=잡스의 주장에 대해 음반사들은 "안 된다"는 반응이다. DRM이 음악파일의 불법복제를 막는 핵심적인 기능인데, 이를 없애면 불법복제가 더욱 판을 치고 수익도 줄어든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미 월스트리트 저널이 9일(현지시간) "EMI사가 DRM을 적용하지 않는 MP3파일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음반사들의 입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 신문은 EMI가 복제가 가능한 음악파일 공급을 위한 협상을 e-뮤직닷컴, 뮤직넷 등 온라인 음악판매 업체와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협상이 타결될 경우 EMI 음악은 마음대로 복제할 수 있고 어떤 기기에서도 들을 수 있다.

EMI측은 월스트리트의 이런 보도에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EMI만큼 진전된 수준은 아니지만 일부 음반사들도 DRM없는 음악파일 판매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한국도 논란 속에=DRM 논쟁은 국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국내 대표적 음악 사이트인 벅스뮤직은 7일 DRM을 적용하지 않고 다운로드에 제한이 없는 음악파일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벅스 측은 "사이트에서 내려받은 음악파일이 휴대전화의 MP3플레이어에는 재생되지 않아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많다"며 "이런 문제가 보완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DRM 폐지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서울음반.소니BMG 등은 벅스가 경영상 어려움을 타개하기위해 디지털 음악시장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염태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