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 이창호를 궁지로 몰아넣은 61의 끼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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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8강전
[제4보 (57~61)]
白.李昌鎬 9단 黑.謝 赫 5단

조훈현9단과 조치훈9단이 아들 뻘인 이세돌9단을 가운데 앉혀놓고 이 판을 검토하고 있다. 曺-趙는 아직 서로 말을 나누지 않는다. 쾌활한 이세돌은 말하자면 중재역이자 분위기 메이커인 셈이다.

전보의 마지막 수인 백△, 이 수는 57의 한방을 58로 견디겠다는 의지다. 흑은 당연히 A로 두드릴 것이고 그때 B의 패로 맞서 수습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셰허5단은 묵묵히 59 뻗었다. 침착하기 그지없는 이 한수에서 마치 10년 전의 이창호를 보는 것 같다. 젊을 때는 A로 단수하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한 법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曺-趙도 처음엔 단수를 기정사실로 여기지 않았던가. 하지만 셰허는 그냥 뻗었고 60을 기다려 61로 살그머니 끼웠다. 이 한수가 놓이는 순간 검토실은 마치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61이 보면 볼수록 기막힌 수였던 것이다.

이세돌9단이 "한바탕 안 되나요"하면서 C로 끊는 변화를 이리저리 해보다가 고개를 젓는다. 조훈현9단은 "막히면 안 되겠지"한다. 막힌다는 것은 '참고도' 백1로 받고 3으로 이을 때 흑4로 도배당하는 것을 말한다.

대국실의 이창호9단이 대장고로 접어들었다.'참고도'처럼 막힐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세돌9단에 따르면 싸움은 어떤 것도 백이 수부족이라고 한다. 수많은 눈이 이판에 집중되고 있었다. 이창호9단의 목이 베어질지도 모를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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