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재혼? 새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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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미씨와 남편 황민씨가 함께 제작한 뮤지컬 '아이두 아이두(I do I do)'무대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 보이는 이 부부,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박해미(43)씨와 8살 연하의 남편 황민(35)씨입니다. 박씨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이들의 러브스토리도 덩달아 유명세를 탔지요. 1995년 스물세 살 총각 민씨는 연극에 출연한 해미씨를 보고 한눈에 반했답니다. "당시 전 결혼에 한번 실패한 상태였어요. 부담스러워 밀어내려 해도 이 남자가 꿈쩍을 않더라고요." 남편을 살짝 흘겨보는 해미씨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해미씨처럼 실패를 딛고 새 동반자를 만나는 것, 요즘은 재혼 대신 '새혼'이란 말을 쓴다죠. 해미씨의 웃음처럼 위풍당당한 새혼 이야기, 한번 들어 볼까요.

다음달 재혼을 앞둔 김민호(37.가명).임지영(35.가명)씨 커플. 각각 두 번째 결혼이지만 여느 신혼부부들처럼 단꿈에 부풀어 있다. 이들은 결혼식에 친구.친지 100여 명을 초대했고 회사에 청첩장도 돌렸다. 휴가를 내 발리에 신혼여행도 갈 예정이다. "부모님이 결혼식을 꼭 올려야겠느냐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전 굳이 숨기고 싶지 않았어요. 버젓하게 식을 올리자고 지영씨를 설득했지요." 김민호씨의 말이다.

회사원 이진희(32)씨는 최근 직장 동료의 재혼식에 갔다가 '문화 충격'을 받았다. "신부가 식장 입구에 서서 하객 300여 명을 일일이 맞았어요. 피로연에선 재즈 악단이 음악을 연주하고요. '재혼식은 이럴 것이다' 하는 편견이 확 깨졌죠."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결혼한 부부 4쌍 중 1쌍(25.2%)은 재혼 커플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혼인건수 중 재혼의 비율도 95년(13.4%)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재혼 커플이 늘면서 이들의 결혼 풍속도 또한 바뀌고 있다. 당당하게 예식을 올리는 사람이 많아졌다.

웨딩컨설팅 업체 '웨딩티아라'의 양지영 실장은 "올 1월만 해도 재혼식 상담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재혼 커플은 유난히 남다른 결혼식을 선호한다고 한다. "초혼에 비해 부모 간섭이 적어 그런가 봐요. 야외 결혼식이나 하우스.부티크 웨딩 등 '꿈에 그리던 결혼식'을 계획하죠. 손님은 100명 정도만 초대하고 예식장은 초혼 때보다 더 화려하게 꾸밉니다." 양 실장의 말이다.

일부 커플은 초혼보다 결혼식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기도 한다. 63빌딩 웨딩홀에 따르면 지난해 이 업체에서 결혼한 재혼 커플은 하객 1인당 평균 5만5000원을 썼다. 초혼 커플은 같은 기간 하객 1명에 4만7000원을 지출했다. 웨스틴조선호텔 김경희 과장은 "우리 호텔에서 이루어지는 결혼식의 10%가 재혼식"이라며 "경제력 있는 재혼 커플을 잡기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혼'이 당당해진 것은 최근이다. 박해미씨는 "집안의 반대가 심해 7년 후에야 혼인 신고를 했다"며 "남편은 초혼이었지만 결혼식은 꿈도 못 꿨다"고 했다.

하지만 오는 5월 재혼식을 앞둔 정승희(39)씨의 생각은 다르다. "이혼한 뒤 주위의 편견이 심했어요. 그래서 더 남들에게 결혼 사실을 알리고 싶어요." 한국결혼문화연구소 김혜림 연구원 또한 "남녀 모두 이혼자로 사는 것보다 결혼하는 것이 사회 생활에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색안경 쓴 시선을 받지 않아도 되며, 육아.노후준비 등도 원활해지기 때문이다.

글=홍주연 기자 <jdream@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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