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석유 대신 식물성 '바이오매스 에너지'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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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에너지 전쟁 장 뤽 벵제르 지음, 김성희 옮김, 청년사, 328쪽, 1만5000원

중국이 에너지 확보를 위해 대 아프리카 외교에 열을 올리고, 러시아는 국제 정치의 주도권을 겨냥해 천연가스 판 OPEC(석유수출국기구)를 만들려 한다는 외신을 자주 접한다. 갈수록 뜨거워지는 에너지 전쟁의 단면이다. 이 책의 원제는 '석유 이후의 삶'이니 번역판 제목은 이런 시류를 타려 했다는 의혹을 벗기 어렵지만, 석유 위기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한 내용은 알차다.

프랑스 재생에너지 전문지 기자인 지은이는 현대는 '석유의 시대'라는 것, 석유는 유한하다는 현실을 근거로 문명의 패러다임을 바꿀 에너지 위기가 임박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원유 생산이 정점에 달하는 '허버트 피크'가 2010~2015년에 닥칠 것이라며 범 세계적인 대응이 시급함을 호소한다. 추정 매장량 통계도 그것이 전문적 자료인지, 정치적 자료인지에 따라 달라진다며 OPEC가 발표한 매장량의 3분의 1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40년 치 석유가 남았다 해도 위기와 혼란이 40년 후 시작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일깨운다.

2부에선 석유의 대안을 찾는데 식물에서 생겨나는 모든 에너지를 총칭하는 '바이오매스 에너지'가 재생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망하단다. 천연가스.석탄.원자력.수력. 풍력. 태양열 등은 각각 유한하거나 공해가 심하거나 인프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수소자동차, 기후적응형 건축 등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는데 다양한 자료가 설득력을 높인다. 도전에 직면했을 때 바람을 타며 움직이는 갈대처럼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도 있고, 참나무처럼 버티다가 부러질 수도 있으며 타조처럼 모래구멍에 머리를 처박고 모르쇠할 수도 있단다. 에너지 위기에 직면해 미국은 참나무 방식을, 대부분의 나라는 타조 행세를 하고 있다는데 우리나라는 어디에 속할까. 비슷한 책이 더러 나왔지만 깊이나 가독성에서 단연 눈에 띄는 책이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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