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펄프 회장 벌금 225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4부(김득환 부장판사)는 9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미리 팔아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피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기소된 LG그룹 전 상무 이모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미국계 펀드 에이콘.피칸의 이사 겸 LG카드 전 사외이사 황모씨에게도 징역 4년의 실형을 내렸다. 그러나 피고인들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이들을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처분은 기업 공시제도를 훼손하고 투명성을 저해해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초래해 시장경제에 끼치는 위험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주식 매도를 은폐하기 위해 은밀히 나눠 파는 등 치밀한 계획 하에 범행이 이뤄지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며 "'정도(正道) 경영'을 강조하는 LG그룹이 사실상 범행에 관여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주식 매각으로 112억여원의 손실을 피한 최병민 대한펄프 회장에겐 벌금 225억여원을, 131억여원씩의 손실을 회피한 에이콘과 피칸 두 법인엔 각각 벌금 265억여원씩을 선고했다. 최 회장은 LG카드의 주요 주주로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둘째 사위다.

재판부는 "위법.탈법한 방법에 의한 이득 창출행위를 그만두고 경제적 정의가 실현돼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최씨와 두 법인에 회피 손실액의 두 배에 이르는 벌금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씨와 황씨는 2003년 LG카드가 유동성 위기에 몰려 주가가 곧 떨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주식을 무더기로 팔아 회사 주요 주주와 펀드의 손실을 피하게 해 준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LG그룹 측은 "의외의 결과"라며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동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